이원호씨 뭉칫돈 '어디에 썼나' 의혹 증폭

  • 입력 2003년 8월 29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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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구속)는 지난해 10∼11월 50억여원의 뭉칫돈을 왜 집중 인출했고, 어디에 사용했을까.

수사기관의 계좌추적 결과 이씨가 부인 등 관련 계좌에서 이 같은 거액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씨가 인출한 현금이 사업상 필요한 ‘정상적인 자금’이라면 수표나 어음으로 인출하거나, 계좌이체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수사 관계자들은 “이씨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액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은 돈의 사용처가 밝혀지면 안 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돈이 빠져나간 시점이 지난해 대선 전이나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올 4, 6월 청주 방문 시점 등과 맞물려 있는 것도 이런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

그러나 이씨측은 “당시 출금된 돈은 나이트클럽 운영자금이나 밀린 공사비 등으로 사용됐으며, 대부분 계좌이체나 수표로 출금됐다”고 현금 출금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씨측 최윤철(崔潤哲) 변호사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의혹이 제기된 출금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뭉칫돈이 현금으로 출금됐다는 ‘오해’는 은행에서 계좌이체되거나 수표로 출금되는 경우도 모두 ‘현금 출금’ 항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

최 변호사는 또 “현금으로 출금된 돈도 대출금 상환이나 토지 매입금으로 전액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계좌 추적을 담당했던 수사관계자는 이를 일축했다. 계좌이체됐거나 수표로 출금된 것은 은행에서 제출한 거래내용 자료에 일일이 기록돼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 실제 수사기록에도 현금으로 출금된 경우는 (현), 자기앞수표로 출금된 경우는 (자)로 표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주지검은 경찰에서 넘겨받은 계좌추적 자료를 토대로 대검에 계좌추적반 파견을 요청하며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검찰이 그동안 ‘설(說)’로만 떠돌던 이씨의 정치자금 제공여부나 양 전 실장에 대한 금품 제공 의혹을 제대로 규명할지 주목된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청주=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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