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前 신장이어 간 기증 변길자씨 “한생명 살릴수 있다면”

  • 입력 2003년 8월 20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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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상관없는 내 몸의 일부를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가요.”

자신의 장기를 두 번째로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변길자씨(60·여·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1동.사진). 변씨는 이번에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간을 이식한다.

서울아산병원 102동 병실에서 차분하게 장기이식 수술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변씨는 1993년에도 생활보호대상자로 신부전증을 앓으며 어렵게 지내던 여중생에게 신장을 이식한 바 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역사상 가족이나 친지가 아닌 사람에게 장기를 두 번씩이나 기증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

변씨의 건강을 생각한 가족들이 한동안 말려보기도 했지만 변씨는 “물질적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형편이 못되는 상황에서 내가 베풀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며 두 번째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변씨가 장기 기증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자신이 전도사로 있었던 교회의 집사가 신장을 기증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변씨는 “장기를 남에게 떼어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것을 알고 난 후에는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며 “또 이런 기회가 오면 기꺼이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씨는 또 “장기 기증은 꺼져가는 한 생명을 구하는 아름다운 봉사”라며 다른 사람들도 장기 기증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26일 14시간에 이르는 간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인 변씨는 사후에도 각막과 시신을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기증키로 했으며 뇌사시에는 모든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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