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학교급식 우리농산물 사용' 통상마찰우려 제동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53분


전남 나주시가 지난달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토록 하는 내용의 ‘학교급식지원 조례’(본보 7월 18일자 A25면 보도)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으나 전남도가 ‘통상마찰 우려’ 등을 이유로 재의결을 요구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남도는 14일 “문제의 조례안이 외국산 농산물을 국내산보다 불리하게 대우함으로써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반되는데다 교육 및 학예에 관한 조례 제정은 자치단체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어서 나주시에 재의(再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WTO협정에도 농촌빈민들의 식량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돼 있고 미국의 경우 자국산 농산물을 쓰도록 한 학교급식법을 운영하고 있으며, 급식비 지원이 지자체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지방자치법상 상급단체의 재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 조례안을 의회에 재상정하는데다 도의 입장이 완강해 나주시로서는 수정안에 대한 부담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

외교통상부는 그동안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협정) 제3조는 상품 무역에 있어서 내· 외국산간의 차별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지방정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국내산 농축수산물 사용 의무화는 WTO협정에도 위반된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교육인적자원부도 “국산농산물 사용에 따른 학부모들의 급식비 부담이 가중되고 일선 학교에서 자국산 농수산물을 판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현실적 장애요인이 많다”고 같은 견해를 밝혀왔다.

문제의 조례안은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우리 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비용의 일부를 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우선 시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실시에 나선다는 것이 나주시의 계획이었다.

한편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등 5개 농민단체 연합체인 ‘광주전남 농민연대’는 “어려운 농촌 현실을 타개하고 청소년에게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토대가 될 조례를 통상마찰 운운하며 문제 삼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남도를 비난하고 나섰다.

또 5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 형식으로 ‘전남도 학교급식 조례안’을 도의회에 상정해 놓은 ‘학교급식 개혁과 우리 농산물 이용을 위한 전남운동본부’도 이번 조치를 비난하면서 대응책을 강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김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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