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씨 비호세력 검사발언 확인]“단순조언을 압력이라 했겠나”

  • 입력 2003년 8월 1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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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게 향응을 제공한 충북 청주시 K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50)를 둘러싼 검찰 내 비호세력 문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몰래카메라’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지검이 14일 이씨의 각종 범죄 혐의를 수사해온 김모 검사의 ‘검찰 내 이씨 비호세력 존재’ 폭로 내용을 공식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청주지검 추유엽(秋有燁) 차장검사는 이날 “김 검사는 (청주지검) 모 부장검사에게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이 부장검사는 선배 입장에서 조언을 한 것일 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사건도 아닌 특정인에 대한 수사에 대해 이 부장검사가 계속 ‘의견’을 표명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부장검사에 비해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평검사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상관의 수사 중단 압력 사실을 폭로한 점에 비춰보면 그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조언이나 의견에 불과했다면 김 검사가 ‘수사 중단 압력’으로까지 느꼈겠느냐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또 김 검사가 이씨의 갈취교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돌연 중단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청주지검은 아무런 설명조차 하지 않아 의구심을 낳고 있다.

사실 이씨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비호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이씨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석연치 않은 처리 때문이다.

경찰은 1월 이씨의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도 뚜렷한 이유 없이 조사를 미루다 6월에야 이씨에 대한 불구속 의견을 검찰에 올려 김 검사로부터 세 차례나 보강 수사를 하라는 지휘를 받았다.

김 검사는 이씨의 갈취교사 혐의를 포착하고 상부에 구속 의견을 보고한 뒤 6월 이씨를 직접 소환하기도 했으나 이후 수사는 돌연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이 부장검사가 왜 이씨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해 계속 ‘간섭’을 했는지와 이씨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부장검사의 배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까지 이 부장검사가 김 검사에게 어떤 압력을 행사했다거나 이씨를 비호했다는 근거가 없다”며 “대검에서 감찰을 할 테니 잘못이 있다면 거기서 징계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씨 비호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검찰의 유보적인 태도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비난도 일고 있다. 그래서 검찰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이씨 비호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주=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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