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감싸기 발언에 "사태인식 여전이 안이" 비판

  • 입력 2003년 8월 8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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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향응 파문 당사자인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 대한 동정론을 편데 이어 부실조사 지적을 받는 민정수석비서관실에 대해서도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어 사태인식이 여전히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8일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 회의에서 부실조사 책임론과 관련해 “민정수석실의 조사는 말 그대로 ‘조사’이지 ‘수사’가 아니다”며 “민정수석실은 권한에 걸맞게 조사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민정수석실은 양 전 실장이 공직자 윤리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향응 접대에 대한 위반 부분에 한정해 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양 전 실장에게 책임을 물어 사표를 수리한 만큼 이 문제는 이제 끝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조광한(趙光漢)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실장의 발언은 2차 조사 발표에도 ‘4월 17일 술자리’가 누락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민정수석실의 부실조사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조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 전 실장 향응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잘못한 것만큼만 처벌받으면 되고 ‘나쁜 놈’이라고 얘기하면 되지 손톱에 때가 끼었느니, 발톱을 언제 깎았느니, 머리는 언제 감았느니 하고 미주알고주알 지적하는 등 우리 사회가 집단적 가학적 테러리즘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 같이 있는 것이 ‘수류탄’과 같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면서 “지니고 있으면 든든하지만 안전핀이 빠져버리면 내가 죽는 것 아니냐”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장학로(張學魯) 부속실장은 37억원을 받아 사건이 터졌다”며 “그에 비해 양 전 실장의 경우는 동정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부대변인은 “DJ 정부나 YS 정부와 달리 노무현(盧武鉉) 정부에서는 선거 때 조직운동을 한 사람들이 거의 청와대에 들어오지 못했다”며 “양 전 실장도 별로 좋은 자리에 들어온 것이 아닌데 인간적인 심판을 받았으면 됐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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