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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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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반대’ 파업을 끝낸 지 한 달여 만에 조흥은행 노조간부와 노조원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이들은 회의실 문을 막아선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회의실 진입을 시도했다.
회의실에선 최동수(崔東洙) 행장 내정자를 행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조흥은행 임시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노조원들이 실랑이 끝에 청원경찰을 밀치고 회의장에 들어섰을 때 임시이사회는 최 행장 선임 안건을 의결하고 산회한 뒤였다.
노조원들은 이사회 결정을 ‘날치기’로 규정하며 이사회 결정의 무효와 이사진 전원 사퇴를 주장했다.
조흥은행 이사회는 전날에도 노조원들이 회의실로 몰려와 ‘대화’를 요구하는 바람에 제대로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었다.
이용규(李容揆) 조흥은행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이사회가 끝난 뒤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한지주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조흥은행 직원이 신한지주에 협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시 출퇴근 운동을 당장 시작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흥은행 노조가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 신임 행장이 ‘조흥맨’이 아니라는 것이다. 6월 22일 파업 타결 때 맺은 노사정 합의문에 ‘새로운 행장은 조흥은행 출신으로 선임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사회가 이 합의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최 신임 행장이 1998년 8월 여신담당 상무로 스카우트돼 2년6개월 동안 근무하다 2001년 2월 퇴직했지만 ‘잠깐’ 근무에 불과할 뿐 ‘조흥맨’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106년이나 지켜온 은행을 남의 손에 넘겨줘야 하는 노조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노조의 행동을 보면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신입 행원으로 출발하지 않았고 근무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조흥은행 출신’으로 인정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신임 행장 후보가 조흥은행을 이끌어 갈 만한 자질은 충분한지, 경영 능력은 제대로 갖췄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닐까. 이런 노조의 모습을 보고 국민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닷새 동안의 파업으로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주며 금융시장을 위기로까지 몰아넣었던 은행이 제자리를 찾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비단 은행장만의 몫은 아닐 터이다. 은행장을 뽑는 일로 불필요한 갈등을 빚어 은행을 위기로 몰아넣는 일만은 피했으면 싶다.
신치영 경제부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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