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병영체험 나선 정신지체 장애인들

  • 입력 2003년 8월 7일 21시 10분


“군부대를 방문하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마침내 꿈을 이루다니…,” “멋있는 군복과 모자를 써 보는 것이 꿈이었어요. 이렇게 군인들과 함께 병영생활을 해 보다니… 너무 기쁨니다”

7일 오후 강원 원주시 반곡동 36사단 108연대 예비군 훈련부대. 서울 노원구 정신지체 장애인 생활시설인 동천의 집(원장 張愛蘭· 52)의 장애인 106명과 시설관계자 43명 등 150명이 2박 3일 일정으로 병영체험을 하고 있다.

군복과 군모가 모두 커 어색했지만 장애인들은 모두가 해맑은 표정이었다. 생소한 병영생활도 거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말로만 듣던 군(軍) 병영체험을 실제로 한다는 설레임 때문에 모두들 들떠있었다.

원생대표 이대길씨(27)는 “나도 군대에 갈 수 있을까 늘 그리워했으나 마침내 군부대를 찾아 병영생활을 체험하니 너무 기쁘다”며 “남은 일정을 기억에 남도록 멋있게 체험 하겠다”고 말했다.

서상수씨(21·지체2급)도 “비록 변형된 군 훈련이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고 입소자중 제일 연장자인 오선미씨(여·35)도 “군인들과 함께 생활해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이번 장애인 병영체험은 부대장 정교태(鄭敎泰) 대령이 장병들에게는 봉사정신을, 장애인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것. 동천의 집과 협의해 마침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병영체험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동천의 집 원생 중에서도 특별한 연고가 없는 장애인들. 이들은 부대가 짜놓은 2박 3일간의 일정에 따라 장병과 동일한 내무반 생활을 하고 있다. 제식훈련도 똑같다.

장병들의 환영 속에 6일 부대에 도착한 원생들은 전투복 복장으로 입고 입소식을 가진 뒤 7일부터 군인 기본교육인 제식동작 훈련과 서바이벌 게임, 미니올림픽 등 다양한 병영생활에 들어갔다.

이번 병영체험 프로그램의 보조원으로 봉사활동을 벌이는 설지훈 이등병(21)은 “막상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해보니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제대 후 사회에 나가면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김국열 이등병(21)도 “장애인들이 병영생활을 할까 걱정했으나 너무나 질서를 잘 지키며 인식이 새롭게 됐다”고 말했다.

부대 측은 장병들이 봉사를 통해 굳건한 복무의지를 다질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장애인 병영체험에 장병 40여명을 선발해 안전요원으로 참가시켰다.

정교태 부대장은 “장애인들이 이 같은 병영체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계기를 갖도록 하기 위해 정기적인 행사를 마련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솔교사 김현주씨(여·38)는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마음의 장애를 떨쳐버리는 것”이라며 “군부대에서 이 같은 계기를 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원주=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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