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취재팀 현지 확인]김영완씨 美코네티컷에 있다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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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해 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완(金榮浣·51·사진)씨가 미국 코네티컷주 파밍턴시 인근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고 있는 것이 본보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 검찰은 현재 김씨의 변호인을 통해 김씨에게 자진 귀국할 것을 종용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변호인이 미국에서 김씨를 만나 설득하고 있어 그의 귀국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보디가드 고용, 은신=본보 취재진이 최근 김씨의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11)이 어학연수를 받고 있는 코네티컷주 R사립학교를 현지 취재한 결과 김씨와 가족이 이 학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 아들은 6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이곳에서 영어연수를 받았다.

학교측에 따르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던 김씨의 아들은 금요일인 지난달 4일과 11일 각각 “주말에 부모님이 계신 집에 갔다 오겠다”라고 적은 사유서를 기숙사 사감에게 남기고 보호자와 함께 학교를 떠났다가 일요일 오후에 학교에 돌아왔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집이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김군의 어머니가 학교에서 30분 거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거리상 김씨의 거주지는 아들의 학교에서 50km 떨어진 파밍턴시가 유력하다.

김군은 지난달 13일 오후 4시경(현지시간) 인도계로 추정되는 보디가드 한 명이 운전을 하는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 차량에서 누나(20)와 함께 내리는 모습이 이 학교 기숙사 앞에서 목격됐다. 이 차량은 ‘코네티컷주 리버티(liberty) 택시’라는 번호판을 달고 있었는데, 김씨가 운전사인 보디가드와 함께 이 택시를 장기 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리무진 차량은 뒤를 쫓는 취재진을 1시간 이상 주변을 도는 방법으로 따돌리기도 했다.

▽취재진 접근 차단=김씨측은 본보 취재진이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 학교측에 취재에 협조해 주지 말 것을 요청했으며, 학교측은 이에 따라 학교 주변에 경비 인력을 배치해 취재진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했다.

학교측이 보관하고 있는 김군 관련 서류에 따르면 김군의 ‘미국측 보호인’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아미고스 지역에 살고 있는 김씨의 작은형으로 적혀 있었다. 김씨의 작은형은 취재팀과의 전화 통화에서 “동생과 그의 가족들의 거처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했으며 이후 전화번호를 바꿔 버렸다.

이달 2일 열린 종업식에 김군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종업식 하루 전에 기숙사를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립학교의 5주짜리 서머스쿨 비용은 학비와 기숙사비를 합쳐 4600달러(약 550만원)이며 이 학교는 미국에서도 중상층 자녀들만 다니는 곳이다.

▽왜 코네티컷인가=파밍턴의 부동산거래소에 따르면 파밍턴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의 대도시와 달리 한인 밀집지역이 형성돼 있지 않고, 집과 집 사이의 거리가 200m 이상 떨어진 곳도 많아 ‘은신처’로는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전역과 남미, 유럽으로의 항공편이 개설돼 있는 하트퍼드시의 브래들리 국제공항과 40km 거리에 있고 뉴욕,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도 차량으로 1∼2시간 안에 갈 수 있어 ‘도피’가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는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씨 가족의 은신처 주변은 방 3개에 정원이 딸린 주택의 경우 위치에 따라 150만달러를 호가할 만큼 전형적인 미국 동부지역의 부촌(富村)이다.

하트퍼드에서 세탁소와 부동산을 경영하고 있는 복진성씨는 “최근 한인이 꾸준히 늘고는 있으나 한식당이 주 전체에 5개도 안 될 정도로 아직은 다른 대도시 지역에 비해 한국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와 부인, 딸은 98년에서 2002년 사이에 최장 90일 연속 체류할 수 있는 10년 만기 관광비자를 받았으며, 아들은 올해 초 어학연수를 위해 5년 만기 학생비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3월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곧바로 출국했으며, 검찰은 김씨를 ‘150억원 뇌물 수수’ 사건의 공범으로 간주해 김씨의 국내 부동산과 유동자산 등에 대한 가압류 조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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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티컷=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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