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농성…성추문…위기의 전남대

  • 입력 2003년 7월 2일 2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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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가 최근 잇따라 터진 학내문제로 내홍(內訌)을 겪고 있다.

생명과학기술(BT) 특성화에 반발한 교수들이 농성을 벌이고, 대학 본부와 최고 의결기관인 평의원회가 예산심의로 갈등을 빚는 등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여기에다 사제간 ‘성추문 사건’까지 불거져 대학 이미지가 더욱 훼손되고 있다.

지난 4월 교육인적자원부의 두뇌한국(BK)21 신규사업 선정결과가 발표되자 전남대 내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남대가 BK21 공모에 20개 팀을 신청해 단 1개 팀이 선정된데 반해 사립대인 조선대는 4개 팀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 홈페이지에는 대학 측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며 철저한 내부 반성과 개혁을 촉구하는 글들이 잇따랐다.

그로부터 2개월 후 농업생명과학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학과 구조조정에 반발해 지난달 19일부터 14일째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교수들의 농성은 전남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교수들은 “대학 본부가 2004년 신입생 모집단위를 조정하면서 절차를 무시한 채 학과와 학생정원을 일방적으로 빼앗아갔다”며 교육부에 감독권 발동을 요청했다.

교수 5명은 항의 표시로 20년 근속 총장 표창장과 순금 반지를 대학본부에 반납하기도 했다.

교수와 여학생간 성 추문사건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모 단과대학 A교수가 제자인 B씨를 불러내 함께 술을 마신 뒤 근처 여관으로 데려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것. 그 뒤 B씨가 대학 성폭력 방지대책위원회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가 1주일 만에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며 신고를 돌연 취소했다.

학교 측은 A교수에 대해 품위 손상을 이유로 징계방침을 밝혔으나 아직까지 징계수위 결정은 물론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교수들의 대의(代議)기구로 예산심의를 맡고 있는 평의원회는 최근 대학본부측이 2003년 기성회계 예산안을 임의로 수정한 뒤 기성회 이사회에 제출해 평의원회 심의 결과를 왜곡했다며 총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 대학 내부에서는 정석종(鄭碩鍾) 총장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구성원들이 적지 않다.

이 대학의 한 교수는 “지난해 말 설문조사에서 교수 10명 중 7명이 대학의 위상이 정체 또는 후퇴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이 같은 위기감은 총장의 독선적인 학사운영 및 보직교수들의 무소신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50년 넘게 호남의 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해왔다. 10만여 동문들의 자부심도 그 만큼 대단하다. 동문들과 시민들은 ‘진리 창조 봉사’라는 교훈(校訓)을 제대로 실천하는 변화된 모습의 전남대를 기대하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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