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파크뷰' 수사기록

  • 입력 2003년 6월 18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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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 백궁·정자지구 파크뷰주상복합아파트 조성 사업 인허가 및 분양과정에서의 권력형 비리 의혹과 관련, 이 사업시행사인 에이치원개발 홍원표회장이 검찰조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일가의 용인 묘 단장에 내 돈이 들어갔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월간 ‘신동아’ 7월호가 보도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파크뷰 게이트’ 검찰수사기록에 따르면 홍회장은 2002년 7월20일 수원지검에서 “2001년 초 담당실무자보다는 고위선에 로비를 해서 파크뷰아파트 건축허가를 받아보자고 로비스트 최 모씨와 상의를 한 뒤 최씨에게 5000만원을 주었는데 다음날 최씨가 ‘이 돈은 고위인사에게 전해졌다. 그 고위인사는 그 돈을 용인의 대통령 일가 묘소가 있는데 많이 허물어져서 수리보수를 하는데 사용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준 돈을 대통령 일가 묘소를 수리하는데 사용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선친 등의 묘 3기를 전남 신안군과 경기도 포천군 공원묘지에서 경기도 용인으로 이장한 바 있다. 홍회장이 언급한 고위 인사에 따르면 용인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친 묘 2기와 전 부인의 묘 중 전 부인 묘의 봉분이 무너지고 훼손되어 2001년 4월 경 그 묘를 단장하는 공사를 벌였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묘에 손을 대지 말라고 했지만, 대통령 일가가 단장을 했다는 것. 그러나 이 인사는 “홍원표회장이 누구인지도 모르며 그의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회장은 또 검찰진술에서 에이치원개발과 파크뷰아파트사업을 동업한 S사 조 모 상무를 통해 김홍일의원의 처남인 윤흥렬씨(당시 모 스포츠신문 사장)에게 부탁해 윤씨가 임창렬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파크뷰 허가문제와 관련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모 에이치원개발 부회장은 검찰에서 “‘윤흥렬씨에게 부탁하여 임지사에게 말을 넣었다. 윤흥렬씨에게는 광고비 명목을 달아 별도로 사례를 했다’는 말을 홍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다.

윤흥렬씨에 따르면 홍회장은 파크뷰아파트 허가를 받은 뒤 윤씨가 사장으로 재직한 스포츠신문에 1억원을 주기로 하고 3~4건의 광고를 게재했다. 윤씨는 “광고가 나간 뒤 에이치원개발측은 1억원 중 5000만원만 지급했다. 임창열지사에게 전화를 한 적이 없으며 파크뷰 건에 대해 부탁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 전 지사는 “윤씨로부터 파크뷰와 관련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윤씨의 부인은 에이치원개발측으로부터 파크뷰 아파트를 분양 받은 뒤 해약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양윤재 서울시 청계천복원사업본부장은 2000년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장 재직 시절 성남시로부터 의뢰를 받아 분당 파크뷰 조성 예정부지의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는 용역보고서를 제출한 뒤 2001년3월 파크뷰 아파트 1채를 사전분양 방식으로 특혜분양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본부장은 검찰조사에서 “파크뷰 아파트 사업 설계단 부사장인 대학제자의 소개로 미리 빼돌려진 파크뷰 아파트 한 채를 사전 분양 받았다”고 진술했다.

양본부장은 7월1일부터 실시되는 청계고가 철거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홍원표회장은 검찰에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3000만원을 줬으며 청와대 파견 검사, 당시 성남부시장 모임에 10차례 스폰서를 했다”고 밝혔다. 당시 성남 부시장은 “홍회장이 모임에 참석한 적은 있지만 홍회장으로부터 대접을 받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홍회장은 또 “현금 2억 원을 쇼핑백에 나눠 담아 항상 사무실에 비치해 두면서 필요할 때 마다 로비를 하는데 꺼내 썼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파크뷰 사업에서 에이치원개발과 동업관계인 K건축사무소 사장은 “매출의 12분의 1을 청탁용 비자금으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 수행비서는 “파크뷰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를 성토한 시위대에 1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에이치원개발측은 이 밖에 기자, 경찰과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자세하게 진술했다. ‘신동아’가 보도한 검찰기록에는 홍원표회장 등 파크뷰 게이트 관련자들이 밝힌 파크뷰 인허가 과정에서의 정-관-언론-사정기관 대상 로비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허만섭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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