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産災환자 못참아” 외곬 中企사장 4년訟事 승리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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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기자
김미옥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국특수인기업사’ 대표 박충의씨(62)는 1997년 2월25일을 잊지 못한다. 이날 직원 A씨(40)가 “전기톱 작업 중 손을 다쳤다”며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

현장에 목격자는 없었고 A씨는 계속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 남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의사는 “A씨의 왼손 2번째 손가락부터 4번째 손가락까지 가로 방향으로 전기 톱날에 찢겨 피부가 손상돼 신전장애(손가락을 펼 수 없는 상태)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A씨는 98년 5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 10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가 ‘가짜 장해자’일 수도 있다고 의심한 박씨는 공단측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공단측은 오히려 “직원에게 보상해주기 싫어 그러느냐”며 박씨를 힐난했다.

더구나 보상금을 받을 수 없는 장해 10급 결정을 받은 데 불복한 A씨가 98년과 99년 등급 조정을 요청하자 노동부 산재심사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7급으로 올려주었다. 7급 장해는 평생 동안 일정 금액의 보상금을 받는다. A씨는 2000년 3월 박씨를 상대로 54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걸었다.

1심에서 패소한 박씨는 혼자 민사소송법 산재보험법 등을 공부하며 변호사 없이 4년여의 법정 싸움 끝에 A씨가 ‘가짜 장해자’임을 밝혀냈다.

재판부는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서울대병원 등의 재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A씨의 손에 장해 사실이 전혀 없다고 판결했다. 올해 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원심이 확정됐다.

박씨는 “공단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장해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단측은 올해 초 ‘A씨가 다친 것은 인정되지만 장해는 없다’는 재판 결과가 나오자 뒤늦게 A씨의 장해 판정을 취소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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