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뇌물수수 혐의 신구범씨 무죄 선고

  • 입력 2003년 6월 1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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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구 지정 청탁과 함께 3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구범(愼久範·사진) 전 제주지사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해 검찰의 기소가 무리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황찬현·黃贊鉉 부장판사)는 11일 신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전체적인 돈의 흐름이나 처리 과정, 돈이 사용된 복지재단의 설립 경위 등을 종합해 볼 때 신씨가 뇌물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신씨가 1999∼2000년 축협중앙회장 시절 노조원을 동원해 농·축협 통합을 위한 전산통합작업을 방해하고 축협 기금을 부실 운영해 97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관계자는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한 측면이 있고, 신씨는 뇌물공여자인 D사 회장 한모씨에게 오히려 이용당한 것 같다”며 “이에 따라 공소 사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뇌물과 배임 부분이 무죄가 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씨가 1999년 8월 국회 상임위에서 농·축협 통합안이 담긴 농업협동조합법 통과를 막기 위해 자해한 혐의(국회 회의장 소동죄) 등은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2000년 국회 자해사건 이후 농림부가 신씨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하자 수사에 착수했다가 신씨가 제주지사로 있던 1996∼1997년 한씨로부터 관광지구 지정 청탁과 함께 3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소명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으며 이에 따라 검찰은 100억원대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이던 한씨를 극비 귀국시켜 신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뒤 영장을 재청구해 신씨를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한씨로부터 뇌물공여 진술을 받고 한씨의 다른 혐의를 눈감아주는 ‘플리바겐’(plea bargain·증언대가 감경)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한씨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한씨는 2001년 2월 해외로 출국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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