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부총리 퇴진요구 확산…교총, 여야에 해임안 제출 요청

  • 입력 2003년 5월 28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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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재검토 결정으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윤덕홍(尹德弘·사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8일 인권침해 소지 등에 대한 보완을 거쳐 6개월 뒤 NEIS 시행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일선 교육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정치권에 윤 교육부총리 해임안 제출을 요청하고 본격적인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업무 거부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냉각기 갖고 검토”=윤 부총리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가진 인터뷰에서 ‘교육부 결정이 전교조의 요구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고 여러 상황으로 봐서 NEIS 결정을 뒤로 미뤄 생각하자는 뜻이지 전교조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부총리는 “NEIS는 전자정부의 11대 과제 중 하나로 CS보다 보안이 훨씬 견고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문제를 대충 봉합해가면서 6개월간 냉각기를 갖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보자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윤 부총리는 “이것은 6개월 동안 NEIS 체제를 중단한다는 것이지 CS로 돌아간다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부터 NEIS의 민주적이고 제도적인 운영 방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광장에서 윤덕홍 교육부총리 퇴진 서명식을 갖기에 앞서 윤 부총리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종승기자

윤 부총리는 “NEIS 유보가 재시행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NEIS 시행이) 시대적인 추세라고 보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교단이 갈라지면 대화를 통해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민주당과의 당정협의에서도 “6개월간 냉각기를 갖자는 취지인데 타결 결과가 잘못 전해진 부분이 있다”며 “새로 구성될 정보화위원회에서 연구 검토를 거쳐 올해 말까지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CS 복귀 변함없다”=김학한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전교조는 합의문대로 NEIS에서 교무학사, 진학·입학, 보건 등 3개 영역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교육부가 합의 내용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송원재 대변인은 “학생 개인정보를 NEIS에 집적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것이 인권위 결정인 만큼 NEIS로 돌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보화위를 통해 보안이 강화된 CS로 돌아가는 게 전교조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새로 구성될 정보화위에서도 NEIS 시행이냐 CS 복귀냐를 놓고 계속해서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교총, 해임 협조 요청=이군현 회장 등 교총 회장단은 이날 오전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잇달아 방문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균형을 잃은 작금의 정책 결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윤 부총리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NEIS의 사실상 중단 결정은 문제를 매듭짓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국가 수준의 정보시스템을 검토하는 것은 단순히 교육부문에 국한될 일이 아니며 NEIS에 대한 정책 판단이 전교조 대표들과 합의하면 그만인 성질의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NEIS 와 CS: NEIS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일선 초중고교를 인터넷 행정망으로 연결해 중앙에서 정보를 관리하는 것으로 학생성적, 통계관리 등 업무 효율성이 높고 보안성이 높다. 반면 CS는 단위 학교 내에서 운영하는 폐쇄적인 행정망으로 보안이 취약하고 학교별로 관리자를 둬야 한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교육부 직장協 189명 “징계땐 단호대처”▼

교육인적자원부 직장협의회가 27일 윤덕홍(尹德弘) 부총리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재검토 결정에 반발해 채택한 성명서 내용이 크게 보도되자 교육부 간부들은 집단 항명으로 비쳐질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직장협의 성명서 내용에 대해 28일 교육부 직원들은 “표현을 온건히 하면서도 당연히 할 말을 다 한 것 아니냐”며 “교육부 직원들이라면 이심전심의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간부들은 소속 부처 장관의 결정에 대해 처음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 밖에서 보면 ‘항명’이나 ‘정부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돼 청와대 등에서 경위조사 등의 불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직장협은 이번 의사표시를 앞두고 실국별 팀장 등 집행부가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했으며 표현 수위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조절을 했다는 것. 또 징계 등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태가 올 경우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도 정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6급 이하 189명으로 구성된 교육부직장협은 그동안 교육 문제와 관련해 교육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공격을 받을 때 나름대로 조직을 위한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국민통합21이 사교육비 문제를 거론하며 ‘교육부 폐지’ 광고를 냈을 때나 전경련이 교육부 직제 축소 등을 들고 나왔을 때는 “교육에 대한 단견과 무지에서 비롯된 발언을 취소하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국가인권위의 NEIS 권고에 대해서도 19일 “교육부 행정권에 대한 월권이며 학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NEIS 시행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윤 부총리가 NEIS 재검토 결정을 하자 반대 성명서를 채택한 것.

교육부 직원들은 “오죽하면 직원들이 나서겠느냐”며 “직장협을 통한 공무원의 합리적인 의사 표시가 장관들의 독단적인 부처 운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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