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기각 사유는 영장을 기각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한 나름대로의 이유 설명 또는 해명이 될 수도 있으나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의 뜻도 함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물론 안씨가 받은 돈이 누구를 위한 돈이냐에 대해 공식적으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법원은 24일 영장을 기각하면서 “비록 안씨가 받은 정치자금의 액수는 늘었지만 돈의 성격이 1차 때와 똑같은 데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기각한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안씨가 받은 돈의 액수가 3억9000만원이라는 점에서 비록 단순한 정치자금일지라도 안씨가 이 돈을 받아 자신을 위해서 사용했다면 구속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
실제로 안씨가 받은 돈이 ‘안씨의 정치자금’이 아닐 가능성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00년 10월 안씨에게 1억9000만원을 건넨 A창투사의 대주주는 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이상호(李相昊) 우리들병원장이다.
1억9000만원을 건넨 A창투사의 곽모 대표가 “안씨가 노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당시 알고 있었다”고 말한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 2억원을 건넨 나라종금 김호준 회장의 동생 효근씨도 곽씨와 똑같은 진술을 했었다.
돈을 건넨 사람들이 안씨를 ‘노 대통령의 대리인’ 정도로 생각했다는 언급인 셈이다. 실제로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관 그 자신에게 억대의 정치자금을 건네는 기업인은 없다. 그 정도의 돈이라면 국회의원에게 건네 ‘눈도장’도 찍고 청탁을 할 수도 있는 액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씨가 받은 돈의 사용처를 조사해야만 돈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 소추의 대상은 아니지만 조사까지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리고 돈이 누구를 위해 쓰였느냐를 보면 곧바로 돈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지금까지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의 경우 돈의 사용처에 대해 수사한 바가 없다며 이 사건 역시 사용처 규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나아가 안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이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이 경우 안씨가 받은 돈의 성격은 여전히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검찰이, 수사의 칼날이 노 대통령에게 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씨가 받은 돈의 성격을 안씨의 정치자금으로 단정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려 한다는 비난도 함께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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