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월드컵 공원 “노점과의 전쟁”

  • 입력 2003년 5월 16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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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드컵 공원 내 하늘공원.
서울 월드컵 공원 내 하늘공원.
“월드컵공원만은 반드시 지켜내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관리소에 내려진 특명이다.

주말이면 15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월드컵공원이 최근 ‘노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황금시장(?)에 진입하려는 노점상인들과 국제행사가 빈번한 월드컵공원만은 청정지역으로 지키려는 공원관리사무소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지난해 5월1일 개장한 후 공원 안 노점행위는 철저히 봉쇄됐다. 그러나 단속이 소홀해진 틈을 타 3월30일 공원 앞 인도에 포장마차 2곳이 등장했다.

관리사무소는 자진철거를 요구했으나 상인들은 호시탐탐 공원 내 진입을 시도했다.

급기야 4월5일 150여명의 상인들이 몰려와 노점상의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노점상들은 6개월간 공원 앞 인도를 집회장소로 신고해 도로는 사실상 노점상들에게 점령된 상태.

수차례의 시위 과정에서 공원에 소속된 공익근무요원들이 폭행당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끊이지 않았다. 이 사이 노점상은 월드컵경기장 주변까지 합해 10여곳으로 늘어났다.

결국 관리사무소는 마포구와 함께 5월2일부터 포장마차를 강제 철거하고 인도 위에서 노점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지름 1.5m 크기의 대형 화분 30여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곧바로 지게차를 이용해 화분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영업을 재개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 공원 앞 인도엔 포장마차 2곳이 나란히 영업을 하고 있고 시는 포장마차 주변에 대형 화분을 설치해 고사(枯死) 작전을 펴고 있다.

관리사무소 오순환 과장은 “환경공원을 유지하기 위해 매점 등 수익시설을 최소화한 마당에 노점상들의 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단속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노점상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노점상연합회 신석호 조직차장은 “시가 용역업체를 동원해 과잉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연합회 차원에서도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어 한두 개의 노점을 허용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생각은 기우”라고 주장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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