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휘장 비리, 정관계로비 전방위수사 ‘초읽기’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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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집(金容鏶) 전 월드컵조직위원회 사업국장 구속에 이어 조직위 전현직 고위간부 2, 3명이 억대의 뇌물을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수사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 진술과 자료를 상당수 확보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사는 조직위 및 정관계 인사 등에 대한 직접 조사로 빠르게 넘어갈 전망이다.

▽수사전망=검찰은 김 전 국장을 휘장사업권을 둘러싼 각종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을 위한 핵심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조직위 사업국장은 휘장사업 전 분야를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여서 사업권자와 납품업체들의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됐다는 것. 특히 검찰이 다른 고위간부들의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하면서 수사는 조직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사업권자가 바뀌는 과정에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연루된 정황을 보여주는 코오롱TNS의 내부 문서까지 확보하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은 김씨 등을 상대로 관련 의혹을 폭넓게 조사한 뒤 로비 대상자였던 조직위 고위간부 및 정관계 인사들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로비 배경과 핵심 의혹=먼저 휘장사업은 당시만 해도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는 ‘황금시장’으로 통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월드컵 조직위와 사업권자에게 수천만원만 뿌리면 수십억원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 로비를 잘 하느냐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휘장사업 중에서도 알짜배기로 알려진 깃발 및 배너 사업의 경우 전체 시장 규모가 800억원대, 이 가운데 순이익이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때문에 휘장사업권자 선정과 변경, 납품 등 전 과정에 무차별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CPP코리아가 각종 청탁과 함께 김용집 전 국장에게 8000만원의 뇌물을 준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CPP코리아는 또 ‘국내 잔치에 외국계 업체가 왜 사업을 독점해 이익을 보느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자 이를 막기 위해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 등에게 로비를 벌였고, 검찰도 상당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코오롱TNS가 2001년 말 CPP코리아로부터 휘장사업권을 넘겨받는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특히 월드컵 조직위가 ‘코오롱TNS가 관련 사업 경험이 풍부하며 대기업의 계열사’라는 허위 사실을 담은 공문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보낸 점, 월드컵 직후 코오롱TNS가 거액의 부도를 낸 점 등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검찰은 2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코오롱TNS가 부도 직전까지 이런 사정을 숨기면서 오히려 700억원대의 약속어음을 발행, 이를 현금화한 것의 일부가 정관계 로비 자금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부도와 함께 사라진 700억원의 행방은 아직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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