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달구벌 산책/지역 공연문화가 사는 길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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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개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음악과 음악인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이다.

그중 어떤 이들은 자주 연주회를 찾거나 음악감상 동호회 활동을 하고, 혹은 아마추어 합창단 등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필자가 얼마 전 알게 된 K씨는 대학 때 부터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활동하다가 졸업 후에는 동문들로 구성된 합창단에서 10년동안 총무 일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분으로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K씨와 자주 만나면서 행여 음악을 업으로 삼는 나의 미숙함 때문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K씨의 음악에 대한 소양과 열정은 풍부했다.

우리 주변에는 그러나 이처럼 순수한 음악 애호가들만 있는 것 같지는 같다.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후원을 해준다’며 되레 지역 음악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힘들게 만드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부 기업인들은 지역 음악인들을 후원이나 청탁을 하는 귀찮은 존재로 여기기도 한다.

또 대구 출신의 음악인이라면 일단 인정하지 않고 낮추어 보는 지역의 음악 애호가(?)들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 열리는 연주회에는 기꺼이 시간을 내어 참석하지만, 대구에서 열리는 연주회는 참석을 꺼리는 인사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물론 지역 음악인들의 책임이 크다.

공연 기획과 연주 등 내용과 형식면에서 지방 음악계가 수도권에 비해 뒤떨어진 부분이 있는 점은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음악을 사랑하는 지역민들과 후원자들이 그 지방에 뿌리를 둔 공연문화를 외면하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이 설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지역 출신 음악인들이 마련한 ‘무대’를 찾아 따뜻한 격려를 해 준다면, 아울러 미흡한 부분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문화도시 대구’라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준(대구 필그림 합창단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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