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밑줄 쫙' 선생님…인기 국어강사 서한샘씨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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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EBS ‘TV 방송 과외’를 통해 ‘밑줄 쫙’ ‘돼지꼬리 땡야’ 등의 유행어를 만들었던 인기 국어강사 서한샘씨(60·사진)가 다시 분필을 들었다. 서울 마포구에 학원을 내고 고교생들에게 언어영역을 가르친 지 이제 한 달 남짓.

29일 만난 서씨는 “예전엔 학생들을 ‘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막내아들’로 여기고 거기에 맞춰 가르친다”며 “강단에 서니 새삼 의욕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그는 자기 손으로 학교를 세우고 싶은 꿈을 펼치기 위해 10여년 간의 고교교사 생활을 마치고 학원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 아무도 ‘서한샘’이라는 이름을 알아주지 않던 초창기, 그의 학생은 학원에서 일하는 대가로 강의를 듣는 ‘근로장학생’ 5명이 고작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그는 제대로 된 국어 교재를 쓰는 일에 매달렸다.

“영어나 수학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한 책들이 있는데, 왜 국어는 없을까 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 일이었지요. 천편일률적인 교재의 틀에서 벗어나 내 식대로 책을 만들고 ‘출판연감’에 실린 서점들을 마음대로 찍어서 편지와 함께 책을 보냈지요.”

이렇게 펴낸 책은 예상치 못한 큰 반응을 몰고 왔고, 그는 명강사로 널리 알려졌다. 이후 1996년 인천에서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한 정당의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길이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가 설립한 교육전문 케이블 TV 방송국이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았고, 재선의원에 도전했다가 쓰라린 실패도 맛보았다.

“나는 정치인은 못 되는 것 같아요. 기질이 ‘백면서생(白面書生)’이라…. 정치는 상대편을 자꾸 비판해야 하고, 그래서 또 서로 적이 되니까 너무 괴롭더라고요. 내가 가졌던 꿈으로 돌아와 편안합니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원로 국어학자 이응백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귀환’을 축하하며 시조 한 수를 지어주었다고 소개했다. 거기에 ‘치솟아 구름 잡다가 이제서야 돌아왔네’라는 구절이 있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구름 잡은 건 아닌데…” 하며 곰곰 생각하더니 “그럴 수도 있겠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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