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20만달러 수수說'…청와대비서관이 폭로 종용

  • 입력 2003년 3월 29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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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지난해 4월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 청와대측이 개입해 사건 관련자에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폭로하도록 주선·종용했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설 의원이 27일 법정에서 “김현섭(金賢燮) 당시 민정비서관이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부터 들었다며 제보를 해왔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 김 전 부시장은 28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비서관에게 설 의원이 회견한 내용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부시장은 “사건 당시 전부터 알고 지내던 김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만났을 때 ‘최규선(崔圭善)씨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에게 뭘(돈을) 주었다는 데 사실이냐’고 묻기에 ‘얼핏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며 “그런데 며칠 뒤 김 비서관이 연락을 해 다시 만난 자리에서 ‘기자에게 그 얘기를 해달라’고 사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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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나 내가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확인한 것도 아니므로 그럴 수 없다고 거절했더니 김 비서관의 안색이 파래졌다. 내부적으로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으나 나를 (소스로) 이용하려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김 비서관이 연결시켜 주려 한 기자에 관해 “이름까지 대며 전화를 바꿔주겠다고 했다”고 말했으나 기자의 이름과 소속사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는 또 “그 뒤 설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내가 듣지도 못한 것으로 마치 직접 확인한 것처럼 돼있어 깜짝 놀랐다”며 “그 사람들이 말 못할 소스를 갖고 있는데 나를 대리 소스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만달러’ 대목과 관련, “(김 비서관이 내게 물었을 때) 돈이라는 뉘앙스는 있었으나 ‘20만불’이라는 얘기는 없었다”며 “최씨한테서 ‘얼핏 들었다’는 것이지만 최씨는 나중에 검찰에서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에 체류중인 김 전 비서관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희완씨의 얘기는 모두 거짓말”이라며 “관련 사항에 대해 검찰에 이미 다 진술했다”고 말했다.

또 설 의원은 “기자회견 전에는 김 전 부시장을 만난 적이 없지만 사후에 직접 만나 김 비서관으로부터 제보받은 것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며 “김 전 부시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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