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국졸 '청소년보호위 자문위원' 위촉

  • 입력 2003년 3월 7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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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 공교육 받기를 거부하고 홀로 공부해온 16세 청소년이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청보위)의 정책자문위원으로 7일 위촉됐다. 올해로 3기째인 청보위 자문위원에 초등학교 졸업학력을 가진 청소년이 선발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고교중퇴자가 1명 선발된 적이 있으나 이 자문위는 그동안 전원 고교재학생들로 구성되어왔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에 사는 김진혁군(金眞革·16·사진). 그의 부모는 아들이 산청군 도산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공교육에서는 얻을 것이 없다. 농사를 짓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전인교육을 받는 것이 좋겠다"며 중학진학 여부를 김군에게 맡겼다. 김군은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고 답했다. "놀 권리,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고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하는 중고교생활이 싫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군은 "당시 공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부모님의 강요도 없었다"며 "다만 부모님이 선택의 기회를 주어 학교에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김군은 진주의 한 중학교에 배정받았으나 등교를 거부하다 2001년 4월 자퇴했다.

학업은 가정학습을 통해 보충하고 부모를 따라 국내외로 돌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면서 검정고시로 중등과정을 마쳤고, 올 4월에는 고교과정 시험도 볼 예정이다.

김군은 그동안 캄보디아, 인도, 필리핀 등 제3세계에서 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국제사랑의 집짓기 운동(Habitat)', '캄보디아 NOC 한국어교사활동' 등에도 참여했다.

그는 "작년에는 캄보디아에서 혼자 3개월 동안 머물며 한국어 교사 등 봉사활동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 그런 곳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두 눈을 가진 사람이 한 개씩만 달린 사람들의 나라에 가서 '내가 정상이다'고 얘기하면 건방지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내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군은 그동안 자퇴생들의 사이버 커뮤니티인 '학교 밖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임(INO school)'을 만들어 웹마스터로 활동했다. 이 모임의 회원 7000여명은 공교육의 문제점과 중도탈락자들의 처지를 토론하고 있다.

청보위 이승희(李承姬) 위원장은 "김군의 특이한 이력 자체가 청소년보호정책의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고 말했다. 김군은 자문위원에 지원해 12대 1의 경쟁을 뚫은 9명의 다른 10대 청소년과 함께 1년 동안 청소년정책을 자문한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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