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3년간 생면부지 간병 “그대이름은 천사여라”

  • 입력 2003년 2월 11일 0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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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인데 어떻게 그렇게 헌신적일까’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연곡2리 깊은 야산 자락에 10평 남짓한 컨테이너를 짓고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박성환씨(64·가명)를 돌보고 있는 김위선씨(60·여·세례명 베테아)씨는 주위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두 사람은 부부사이도 아니고, 이해관계도 전혀 없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박씨를 처음 돕게된 것은 1999년 12월5일. 영세민 임대주택인 서울 강서구 등촌동 주공 1단지 아파트 105동 3통 통장직을 맡고 있던 김씨는 가정방문을 했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박씨를 발견,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박씨는 의사로부터 간경화, 폐렴, 당뇨 등 11가지 합병증으로 길어야 한 두달 밖에 살 수 없다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돌봐줄 가족이 없는 독신인 박씨는 그저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김씨는 이때 박씨의 간병을 자처했다. ‘생면부지의 남을 위해 왜 고생을 하느냐’며 유일한 혈육인 딸(26)마저 만류했다.

박씨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사 김미영씨(36)는 “욕창으로 온몸이 썩어들어가던 박씨를 살려내기 위한 안간힘을 쓰던 김씨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며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타고난 봉사정신을 가진 ‘천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씨의 대소변을 받아가며 간병한지 2개월이 지나자 의사는 ‘5∼6개월 더 살 수 있다’고 했고 이말에 간병을 하루 하루 이어간 것이 어언 3년이 넘었다. 병원비를 내기 위해 김씨는 그동안 모은 돈과 1000만원이 채 안되는 아파트 임대보증금까지 털었다.

시골에서 남은 생을 보내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로 지난해 4월 단양 산속으로 옮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딸은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월급을 쪼개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병색이 완역한 박씨는 “담담히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김씨에게 받은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라며 울먹였다. 김씨는 이 말에 단지 미소를 지었다.

“생명이 다해가는 사람을 놓아버린다면 어찌 사람이겠어요. 그저 고통없이 편안히 생을 마감하셨으면 합니다. 박씨가 세상을 떠나면 또다른 어려운 이웃을 찾아갈 것입니다.”

단양=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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