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지원 "안 받았다" 주장에 계좌추적도 안해

  • 입력 2003년 2월 9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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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게이트’ 관련 인물인 김영준(金榮俊·43·구속)씨가 실소유주인 안양 대양상호신용금고(이하 대양금고) 불법 대출사건의 파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대양금고에서 불법 대출이 이뤄진 900억원의 사용처와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속속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새로운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수사착수 및 과정=수원지검은 지난해 1월 금융감독원의 수사의뢰에 따라 대양금고의 900여억원 불법 대출 사실을 밝혀내고 당시 김씨의 고교 동창이자 ‘바지 사장’인 유모씨(42) 등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후 별다른 수사진척을 보이지 못하다가 900억원 중 30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김천호씨(42)를 지난달 구속하면서 수사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김영준 김천호씨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고 기업인수 및 대출 알선에 도움을 준 혐의로 4일 구속됐다. 또 김 의원으로부터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과 한나라당 김원길(金元吉) 의원이 후원회 통장으로 각각 500만원씩을 받은 것이 확인돼 검찰이 ‘청탁성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아울러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이 이성용씨(40·구속)로부터 기업인수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박 실장 조사 의혹=검찰이 박 실장의 뇌물수수 부분에 대해 당사자들의 진술만으로 중요한 범죄 혐의를 간단하게 무혐의 종결 처리한 것과 관련해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 검찰 주변 인사는 “이씨가 지난해 대선 전에 4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뒤 박 실장이 부인하자 대선 후에 다시 진술을 번복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씨가 진술을 번복한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뇌물수수 혐의는 반의사 불벌죄도 아니고 인지(認知)하면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한데도 당사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계좌추적이나 진술 번복 경위에 대한 조사가 없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는 것.

김방림 의원의 경우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데도 두 차례의 소환에 불응하자 검찰이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선 것과는 달리 박 실장은 호텔에서 조사를 벌인 점도 역시 미심쩍은 대목이다.

또 일부 언론이 박 실장 조사와 관련해 ‘검찰의 권력 실세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는 간단한 해명만 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전망=검찰은 현재 대양금고에서 불법 대출된 900억원의 사용처 중 일부만 확인한 상태로 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 여러 가지 흑막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를 1년여 동안 끌어온 점이나 다음달 정기인사에서 수사라인의 인사 이동이 확실시 되는 점 등으로 미뤄 이 사건 수사가 갖가지 의혹만 남긴 채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검찰 주변의 시각이다.

대양금고는 수신고 5000억원으로 전국 금고 랭킹 5위권에 들었으나 불법 대출사건 수사 이후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지난해 9월 파산이 확정됐다.

▼한나라 "朴실장 무혐의처리 경위밝히라"▼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9일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이 이성용 휴먼이노텍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과 관련, “검찰은 박 실장을 소환 조사해 무혐의 처리한 경위를 소상히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이나 야당에 대해서는 소환 및 피의 사실까지 일일이 공표하는 검찰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소환 조사하고도 쉬쉬하다 어쩔 수 없이 확인해주고 있다”며 “이게 검찰의 본 모습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주변 인물이 관련된 나라종금 퇴출 관련 수사 결과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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