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할머니, 전재산 아파트 서울대에 기부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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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인 자신의 아파트를 서울대에 기부했다.

서울대는 27일 김화영(金禾暎·71) 할머니로부터 시가 2억5000만원 상당의 강남구 개포동 15평 아파트를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장학기금으로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김 할머니의 아파트는 사후 매각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김 할머니가 서울대에 아파트를 기부한 것은 서울대가 자신을 유난히 아껴주었던 오빠의 모교이기 때문. 황해 해주 출신인 김 할머니는 1951년 1·4 후퇴 때 수원 농림고등학교(현 서울대 농대)에 입학한 후 소식이 끊긴 오빠를 찾기 위해 혈혈단신 남하했었다.

해주 동공립중학에서 영어를 배운 덕에 미국정보기관에서 통역으로 일하다 오빠가 수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김 할머니는 오빠가 재학 중 폐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쟁 때문에 고향인 해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남쪽에 단 한 명의 친척도 없는 외로운 처지였던 김 할머니는 서울시청과 강남구청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며 기반이 잡힌 후에도 ‘결혼은 부모님이 있는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서 해야 한다’며 주위의 혼사 제의를 모두 거부하고 독신으로 지냈다.

89년 정년퇴임한 김 할머니는 요절한 오빠를 위해 무엇인가 뜻 깊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고 결국 자신의 전 재산인 아파트를 오빠의 모교에 내놓았다. 김 할머니는 “있는 것 다 주고 가니 마음이 편안하다”며 “북녘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이 평생 나를 따라다녔지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사회의 일꾼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면 내 50년 한(恨)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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