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관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보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천재 음악가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을 가슴에 안고 연주하는 장면이다. 그 자체가 훌륭한 연주여서 감상에 몰입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연주 도중인데 자막이 올라가고, 영화가 끝났다고 착각한 대부분의 관객들이 밖으로 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이 영화는 편집을 독특하게 해 자막이 다 올라간 뒤 지휘자가 피아니스트를 극중 관객들에게 소개하면서 끝나는데 이를 몰랐던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급함을 보면서 아쉬움이 컸다. 또 자막이 올라가자마자 실내등을 켠 영화관측도 여기에 한몫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던데 영화관측에서 사전 홍보를 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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