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통세 연장할 명분없다

  • 입력 2003년 1월 22일 18시 46분


휘발유 경유 등에 물리는 교통세를 2019년까지 연장한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교통세 재원을 도로 항만 등의 건설에만 쓰겠다는 건설교통부의 계획은 전형적 부처이기주의이다.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만들었던 교통세를 다시 16년이나 연장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세 부담을 안중에 두지 않는 일이다.

당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통세를 신설할 때 10년이라는 시한을 둔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 기간에 재원을 어디에 투자해 교통여건을 어느 정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면 그 결과를 공개해 국민의 심사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무작정 거둬 쓰고 보자는 식이었다면 16년 연장도 그 전철을 밟게 될 뿐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도로 항만 공항 등에 대한 투자는 일부 과잉 중복투자를 우려할 정도로 엄청나게 이뤄졌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일부 지방 국제공항은 항공기 운항이 없어 빈사상태에 빠져 있고 지방도로 가운데는 통행 차량이 거의 없어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허다하다. 꼭 필요치 않은 데도 정치인들이 선심용 목적으로 만들어 엄청난 재원만 묻어버린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SOC 건설에 필요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교통세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사업과 우선순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교통세를 걷더라도 재원을 일반회계에 포함시켜 다른 국가 사업과 우선순위를 엄정하게 가려야 한다.

목적세의 비중이 너무 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통세로 거둬들이는 재원은 전체 일반회계 예산의 약 10%에 육박한다. 이런 엄청난 예산이 특정 목적에만 사용되도록 칸막이가 쳐져있다면 예산의 효율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엄청난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재정상태가 극도로 어려워진 만큼 정부는 한푼의 세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사업에 쓰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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