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서산 철새지킴이 한종현-안재희씨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13분


“아이 얼굴보다 철새들을 더 자주 대해요. 근데 올해에는 철새가 없어요. 황새 다섯 마리는 자취를 감췄고 흑두루미도 안 찾아 오네요.”

충남 서산시 서일고 영어교사인 한종현(韓鍾鉉·44)씨와 이 학교 학부모인 안재희(安在熙·47·여)씨는 조류학자들로부터 ‘천수만 철새 지킴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 씨는 수업이 없는 휴일이면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AB지구 간월호에서 시간을 보내왔다. 주부인 안 씨도 집에서 40여㎞ 떨어진 이곳을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찾았다.

한 씨가 철새 파수꾼으로 나선 것은 4년전, 안 씨는 1년전 일이다.

새를 카메라에 담는 게 취미였던 한 씨는 98년 논에서 신음하는 기러기떼를 발견한 뒤 철새 애호가에서 보호가로 변신했다.

“사람의 짓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씨는 천수만을 자주 찾는 조류학 박사 이기섭씨와 한서대 이창석 교수 등에게 천수만보호단체를 만들자고 제안, 지난해 각계 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천수만습지연구센터’를 만든 뒤 사무국장을 맡았다.

때마침 1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의 학부모이던 안 씨가 철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안 씨가 더 열성이다.

대구 경복중에서 생물교사를 하다 87년 남편 직장(현대정유)을 따라 서산에 온 안 씨는 이때부터 조류도감과 탐조용 망원경을 구입해 평일에도 천수만을 찾았다. 최근 서산시가 여는 철새기행전의 문제점을 각계에 전파하는 역할도 했다. 내년부터는 이 연구센터 사무국장을 맡을 예정.

두 사람은 “천수만 철새의 중요성을 알기에 가족 모두 이해하고 도와준다”며 “이곳이 새들의 낙원이 될 수 있도록 몇 년이 걸리든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산〓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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