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조건 비슷할때 여성이 먼저 승진”

  • 입력 2002년 12월 29일 22시 02분


양성(兩性)에 대한 남녀 공무원들의 인식 차이가 커 여성정책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성 공무원의 상당수는 여성정책으로 인한 역차별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29일 경북도청과 23개 시군, 42개 읍면동의 남녀공무원 548명(남성 345명, 여성 203명)을 대상으로 △조직의 여성친화성 △여성정책 평가 △남성 여성의 콤플렉스 등 ‘공무원 성 인지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직의 여성친화성 평가’에서 “남녀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경우 여성이 먼저 승진한다”는 질문에 대해 남성 공무원 5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시군(11%)과 읍면동(4%)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여성 직원에 대한 인사 우대 분위기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관리자들이 여성 직원의 승진을 적극 추천하는가’에 대해 도청 남성 공무원은 37%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며 시군은 19%, 읍면동은 11% 등이었다.

남성들은 가장 성공적인 여성정책으로 남녀고용평등법, 가족법 개정, 가정폭력 및 성폭력 관련 법 제정, 성희롱 금지 및 사관학교 여성입학 제한 철폐를 꼽았다. 여성들은 가족법 개정,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여성부 신설 순으로 답했다.

남성들은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와 여성부 신설을 여성정책 가운데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아 여성공무원과 큰 인식차를 보였다. 여성들은 여성부 신설을 성공작으로 꼽았다.

‘업무수행능력에 자신감이 있는가’는 물음에 남성은 7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나에게 기대되는 것을 정확히 안다’는 질문에는 남성이 72%인데 비해 여성은 63%에 그쳤다.

남성들은 ‘사내 대장부’가 돼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29%, 40대 34%, 50대 43%가 △가장으로서 권위와 역할 △육체적 정신적 강인함 △믿음직하고 대범한 남자 등으로 상징되는 ‘사내 대장부’를 중시했다. 요리나 바느질 등 여성의 일이나 직업에 대한 거리감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여성들은 94%가 ‘착한 여자’가 돼야 한다는 강박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공무원들은 △다수의 결정에 순응 △육체적 순결 △배우자가 자신보다 뛰어나야 함 △직설적 요구보다 여성스러움을 이용하는 게 유리 △자기주장이 강하면 가족갈등이 생긴다는 등의 관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양승주(梁承周) 수석연구원은 “여성정책의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 사이에 양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 여성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여성정책을 양성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접근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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