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강의 영어로 합니다" 강남학원가 강좌 잇따라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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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 value(절대치), one to one function(1 대 1 대응함수), quadratic equations(이차방정식), variation(순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I어학원, 중학생들이 영어로 수학강의를 듣고 있다. 계산은 쉬워 보이지만 학생들은 낯선 용어 때문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교사는 “레츠 트라이 디스(이 문제를 풀어봅시다)”를 외치며 미국 중등 교과서에 나온 서술형 응용문제를 가르쳤다.

최근 일부 외국어고와 민족사관고 또는 자립형 사립고 등에서 앞다투어 ‘해외대학진학반’을 개설하면서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도 영어가 우수한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로 진행하는 수학을 가르치는 곳이 늘고 있다. 해외대학 진학 때 필요한 ‘미국식 수학’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학원측은 유학파 교사가 원어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예상되는 신경향 수능문제, 경시대회에 대비할 수도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또 특목고 진학 후나 해외고교, 대학에 진학할 때 치러야 할지 모르는 미국의 고교수능시험(SSAT), 대학수능시험(SAT) 등도 별도의 준비 없이 치를 수 있다는 것.

수업은 영어로 된 수학용어해설, 문제에 대한 풀이과정, 토의 등으로 진행된다. 서울 서초대일학원 강사 김석씨(26·옥스퍼드대 졸업)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영어 용어를 제대로 몰라서 고전하는 한국 학생이 많다”며 “영어문제를 해석하고 풀이과정을 영어로 정리할 수 있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학을 영어로 풀기 위해서는 상당한 영어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이 같은 강의에 도전할 경우 수학은 물론 영어과목까지 흥미를 잃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양대 수학과 송정환(宋正換) 교수는 “미국수학은 단순 수식보다 실용적인 예제가 많아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면서 “그러나 미국 대학 진학이 목표가 아닐 바에는 구태여 배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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