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항소심속행 공판]"물증없이 진술에만 의존 기소"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49분


권노갑(權魯甲·사진) 전 민주당 고문측은 13일 권 전 고문의 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항소심 속행 공판을 마친 뒤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권 전 고문은 5월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에게서 금융감독원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8월 지병이 악화돼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고 풀려났다.

권 전 고문의 변호인인 이석형(李錫炯) 변호사는 “검찰은 권 전 고문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4월부터 9월 30일까지 권씨의 혐의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진씨와 사건 관련자인 국정원 김은성(金銀星) 전 2차장, 정성홍(丁聖弘) 전 경제과장을 각각 44, 70, 99차례 등 모두 213차례나 소환 조사했다”며 “이처럼 피고인의 증인을 집중적으로 부른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정당한 재판을 받을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권 전 고문의 혐의를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진씨 및 진씨의 돈을 권 전 고문에게 전달했다는 김 전 차장 등의 진술만을 토대로 혐의를 확정, 기소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

또 검찰이 이처럼 진씨 등을 지나치게 자주 불러 조사한 배경에는 이들이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집고 권 전 고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 및 압박을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권씨측의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8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의원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검찰이 11개월 동안 재판 증인을 200번 넘게 소환한 것은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변호사는 또 “진씨나 김 전 차장의 증언에 반하는 증언을 하는 증인도 있고 검찰이 진씨 등의 여죄를 봐준 정황도 있어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건강이 매우 나빠져 거동이 불편한 권 전 고문은 이날 휠체어를 탄 채 마스크를 쓰고 내과, 정신과 의사 2명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다.

권 전 고문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당뇨병 심장병 뇌경색증 등의 지병이 악화돼 다섯차례나 쓰러질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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