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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8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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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 등 수해지역 주민들이 개구리 ‘보호운동’에 나섰다.
양양 주민들에 따르면 매년 11월초 산과 들, 계곡이나 하천의 돌 밑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를 올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 강모(33·양양군서면)씨는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기 위해 찾는 곳은 매년 일정했는데 수백마리씩 개구리가 모이던 곳도 올해는 한두마리 밖에 안보여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난 수해 때 상당수가 죽은 것 같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잤던 양양 남대천 등 하천은 물줄기가 크게 바뀌고 개구리가 들어갈만한 돌들은 급류에 휩쓸려온 모래로 모두 틈이 막혀 있어 서식 환경이 황폐화된 상태.
주민들이 개구리 보호에 나선 것은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강원대 생물학과 권오길(權伍吉·63) 교수는 “개구리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개구리가 없어질 경우 이를 먹고사는 뱀 등 파충류와 새 등 조류의 먹이사슬이 끊기게 된다”며 “동해안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 개구리가 번식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지역은 그러나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로 계곡의 돌들이 모두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 암반만 남은 곳이 대부분인 실정. 특히 수해복구공사가 본격화되면서 하천과 계곡을 파헤치는 바람에 개구리가 동면할 곳이 거의 없어진 상황이다.
권교수는 “개구리는 수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고 물살이 약한 상류지역에서만 일부 밀집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구리 개체가 원상태로 회복되는데는 몇 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이 기간중 개구리 포획을 자제하고 행정당국도 개구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양〓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