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1월 8일 22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살인 혐의 공범으로 구속된 박씨는 영장실질 심사와 감찰팀 조사에서 “지난달 25일 자정 무렵 수사관 2명이 10분간 내 얼굴을 흰 수건으로 가리고 바가지로 물을 퍼 서너 차례 부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수사관 2명은 박씨 몸을 바로 눕힌 뒤 상반신을 특별조사실 화장실 안쪽으로 옮겨놓고 얼굴에 물을 부었다는 것이다.
조사실 안쪽은 카펫이 깔려 있으나 화장실은 타일 바닥으로 되어 있어 물을 흘려도 얼룩이나 흔적이 남지 않는다.
박씨는 “검찰 수사관들이 수갑을 뒤로 채운 채 반듯이 눕혔으며 1명은 내 몸을 꼼짝 못하게 붙잡고 다른 1명이 얼굴에 물을 부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물고문과 구타로 인해 몇 차례 실신하기까지 했다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수갑을 뒤로 채웠기 때문에 수사관 1명만이 박씨 몸을 제압하고 다른 1명이 얼굴에 물을 부어도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수사관의 물고문은 25일 자정∼26일 오전 1시경 10분간 서너 차례 진행됐다.
목격자의 진술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박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씨가 물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 이후인 지난달 26일 오전 8시반경 박씨의 트레이닝복 상의가 물에 젖어 있었다는 목격자가 나타난 것이다.
이 목격자는 검찰에서 “박씨가 검찰조사를 받고 나올 당시 웃옷이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물을 부은 지 7시간 이후에 젖은 옷이 말랐을 가능성도 있지만 본인의 주장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데다 참고인의 진술을 배척하기 어려워 이른바 ‘물고문’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초 “물고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으나 중간수사 발표 단계에서 “물고문이 사실에 가깝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박씨에게 물고문을 했다는 수사관 2명이 물고문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목적과 동기는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가벼운 물고문을 통해 피의자에게 ‘공포감’을 불러 일으켜 자백을 받아내려는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가 물고문을 당했다는 시간과 참고인이 박씨를 목격했다는 시간이 차이가 나는 등 몇 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어 보강조사를 통해 물고문과 관련된 의혹을 모두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