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곳을 아시나요]연수구 옥련동 '아암동'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14분


인천 연수구 옥련동 525 ‘아암도’. 1832평으로 웬만한 공원에도 못 미치지는 크기지만 바다를 갈망하는 인천 사람들의 숱한 사연과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인천은 바다에 접해 있지만 좀처럼 바다를 보기 어려운 도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 서구 검단동에 이르는 65.3㎞ 해안선 가운데 시민이 바다를 접할 수 있는 구간은 20㎞에도 못 미친다. 군부대의 철책이 가로막고 있거나 임해 공업도시란 특성으로 각종 건물이나 시설물이 해안을 끼고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암도는 인천 시민들에게 ‘바다로 통하는 유일한 출구’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은 해안도로 옆에 위치해 있지만 섬 바로 앞이 매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송도유원지를 통해야 갈 수 있었다. 유원지 후문부터 아암도까지 500m 구간에 돌다리가 설치돼 있어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아암도로 향하곤 했다.

바닷물이 빠져 돌다리가 드러나면 아암도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마치 애굽을 빠져 나와 홍해를 건너던 이스라엘 민족의 ‘애굽탈출’을 떠올릴 만큼 장관이었다.

신경식씨(44·인하대 대외협력과 홍보과장)는 “송도유원지로 소풍가면 식사시간을 이용해 아암도를 찾곤 했다”며 “낙조가 일품이어서 해질 무렵 아암도를 찾아 데이트를 즐기는 아베크족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1980년대 초부터 송도 일대(연수구 옥련동 동춘동) 56만4000여평에 대한 매립공사가 시작됐다. 89년에는 아암도 앞 갯벌이 매립됐으며 94년 7월 아암도 앞에 왕복 6차로의 해안도로가 뚫리면서 더 이상 섬 구실을 못하게 됐다.

인천시는 95년 3월 아암도 일대에 인공백사장을 설치해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바닷가에 인위적으로 백사장을 만들어 시민의 휴식공간을 만들겠다는 이 발표 이후 평온했던 아암도가 시끄러워졌다. 수십t의 모래를 쏟아 부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닷물에 휩쓸려 다 없어지고 말았다.

군부대와의 합의로 철거된 400여m 철책선에 노점상이 들어서면서 이권을 둘러싸고 연일 폭력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6개월도 안 돼 아암도에는 다시 철조망이 쳐졌다.

아암도는 2000년 4월 ‘아암도 해안공원’(연수구 옥련동∼남동공단 방향 해안도로 변에 위치)으로 시민의 품에 돌아왔다. 이 공원은 길이 1241m의 해안을 따라 조성된 공원으로 30㎝ 높이의 돌계단 5개가 스탠드식으로 설치돼 시민들이 앉아 바다와 낙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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