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시작지점 동아일보 사옥앞 잠정결정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5시 46분


내년 7월 착공 예정인 서울 청계천 복원사업의 시작 지점이 동아일보사 사옥 앞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27일 "청계천의 원형을 최대한 복원한다는 사업의 기본정신에 따라 동아일보사 앞을 복원의 시작 지점으로 사실상 확정한 상태"라며 "동아일보사 앞은 과거 청계천의 물이 흐르기 시작한 역사성이 깃든 곳인 만큼 그 역사적 의미를 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양윤재(梁鈗在)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도 "역사적으로 봤을 때 '청계천'이라고 부르는 구간은 통상 동아일보사 앞부터였다"며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서울을 만들자는 청계천 복원 사업의 기본 정신을 살리기 위해 동아일보사 앞을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해 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사업의 시작 지점으로 △동아일보사 앞 △광교 사거리 △중학천을 비롯한 청계천 상류 등 크게 3곳을 검토해 왔으며, 이 중 현실성이 떨어지는 청계천 상류 지천 복원을 제외하고 동아일보사앞과 광교사거리 두 가지 안을 놓고 최종 저울질을 거듭해 왔다.

앞서 25∼26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복원 구간과 관련해 동아일보사 앞이 복원의 시작 지점이 돼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시민위원회 본위원회 위원인 이희덕(李熙德) 전 연세대 교수는 종합토론에서 "청계천의 원형 보전을 통한 역사성 제고가 복원사업의 핵심 가치인 만큼 동아일보사 앞에서부터 복원이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복원구간이 끝나는 지점을 어디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가도로의 끝 지점 △복개구조물의 끝 지점 등을 놓고 검토한 결과 복개구조물 끝 지점으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또 서울시는 청계천 곳곳에 차량 전용과 보행용 교량 20여개를 설치해 청계천의 역사성을 살리고 청계천 경관을 아름답게 꾸밀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광교가 복원되는 것을 비롯해 현재 장충단 공원에 이전돼 있는 수표교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또 모교 장통교 효경교 마진교 오간수문교 영도교 등 자취를 감춘 조선시대의 다리가 옛 모습 그대로 부활된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일본사례…주민참여-10여년이상 긴 안목 갖고 하천복원▼

일본 오사카시 중심부 도톤보리천 양쪽에 유흥업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하천정비가 끝나면 업소들은 출입문을 하천쪽으로 내 손님들을 맞을 계획이다. - 사진제공 오사카시

‘도심 속의 자연하천을 되살린다’는 목표는 같지만 활발한 주민참여와 10년 이상의 긴 안목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청계천 복원과 관련해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오사카(大阪)시 중심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도톤보리(道頓堀)천. 1615년 인공으로 조성된 이 하천은 1995년 수립된 정비계획에 따라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30m 정도 되는 하천의 폭을 12∼14m로 줄이는 대신 양쪽에 너비 8m 가량의 테라스를 만들고 제방을 없애 하천을 시민의 보행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것. 오사카시는 총 연장 2.7㎞ 가운데 번화가가 밀집한 동쪽 구간 1.4㎞의 정비를2010년까지 끝낼 계획이다.

오사카시 하천과 야마무카이 가오루(山向 薰)는 “사업기간이 길어진 것은 예산이 적은 탓도 있지만 반드시 인근 주민들과의 사전협의를 거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東京)도 다이토(台東)구를 흐르는 23.5㎞의 스미다(隅田)천도 1978년 수립된 정비계획에 따라 현재 하천 양쪽을 따라 보행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 경우는 시민단체가 앞장선 것이 특징. 26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스미다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오염된 하천을 살려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해 결국 정부를 움직였다.

이 모임의 히라이 다카아키(平井孝明) 회장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도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쿄 서남쪽 기타자와(北澤)천의 녹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세타가야(世田谷)구 역시 기본구상에 들어간 1990년부터 주민이 참여하는 좌담회를 여는 등 민관 합동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좌담회는 4년 뒤 ‘기타자와천 녹도(綠道)를 키워가는 모임’으로 발전돼 수시로 주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오사카·도쿄〓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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