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궁 전시회’ 예술가들 패소…법원 “유림 방해 증거없다”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33분


유림들의 반대 때문에 행위예술 공연을 저지당한 페미니스트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으나 법리적인 이유로 싱겁게 패소했다.

서울지법 민사27단독 이영한(李暎翰) 판사는 17일 “물리력을 행사해 ‘아방궁(아름답고 방자한 자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란 제목의 전시회를 방해했다”며 곽모씨 등 8명이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사는 “아방궁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양측간 실랑이가 벌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법인인 대동종약원의 대표자가 회원들에게 행사 방해를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만큼 대동종약원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따라서 유림들의 행위예술 저지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곽씨 등은 2000년 9월 서울 종로4가 종묘공원내에서 ‘유교문화의 엄숙주의를 벗겨낸다’는 취지로 여성의 몸을 형상화한 조형물들의 전시와 자궁모양 터널을 빠져나오는 퍼포먼스 등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주이씨 종친회와 유림들이 “신성한 종묘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행사를 방해하는 바람에 결국 무산되자 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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