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적다” 20년간 남편구박 “돈만아는 아내와 이혼” 판결

  • 입력 2002년 9월 8일 18시 12분


명문대 출신에 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중년 가장이 자신을 “무능력하다”고 비난하며 돈만 요구해 온 아내와 이혼소송 끝에 20여년간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결국 청산했다.

A씨(49)는 모 대기업에 근무하던 79년 B씨(47·여)와 결혼해 1남1녀를 낳았다. A씨는 신혼 초부터 아내에게 월급봉투를 맡기고 용돈을 받아 생활했지만 아내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B씨는 친구들과 비교하며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지 못한다”고 불평했으며 동창회 부부모임에서는 남편을 성적 불구자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B씨는 시댁 식구들도 홀대하기 시작했으며 “더러운 냄새가 난다”며 A씨와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식사와 빨래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

자신을 돈 버는 기계로 여기는 아내와 가장의 권위를 부정하는 자녀들 사이에서 A씨는 설자리를 잃어갔다. A씨도 이혼녀를 사귀는 등 겉돌기 시작했다.

2000년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강남의 고급아파트를 구입했지만 혼인생활은 이미 파탄 난 상태. A씨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아파트 명의를 이전해 준 뒤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홍이표(洪利杓) 판사는 지난달 말 “남편을 돈 버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고 돈을 많이 벌 것을 강요하면서 모욕스러운 말과 행동을 보인 아내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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