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김해 한림면 소방대원 긴박했던 인명구조 활동

  • 입력 2002년 8월 21일 19시 02분


단숨에 온 천지를 삼킬 듯 퍼붓는 폭우 속에서 의용소방대원 등 지역 주민들이 밤을 새워가며 주민 대피와 응급복구에 전력해 인명 피해를 막은 사실이 21일 뒤늦게 알려졌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한림의용소방대 송기철(宋基喆·47) 대장과 대원들, 새마을협의회 심재문(沈在文·48) 회장 등이 주인공.

이들은 경남지역에 나흘째 장대비가 내린 9일 오후 9시반경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한림면사무소에서 면장과 개발계장, 마을 이장단 등이 모인 가운데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는 의용소방대 승합차량으로 한림면 일대의 위험지역 순찰에 나섰다.

이미 화포천이 불어 물이 넘실댔고, 저지대 마을에는 빠른 속도로 물이 차 오르고 있었다.

송 대장 등은 다급한 마음에 인근 레미콘 공장에 중장비 지원을 요청해 주민과 함께 화포천 제방을 높이고, 토정공단 입구에 둑을 쌓아 밀려드는 물을 막았다. 그러나 엄청난 폭우로 넘쳐나는 물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자정을 넘길 무렵 주민 대피가 급해지자 소방대원 등을 동원해 토정공단과 한림면 일대 마을을 차량으로 돌며 사이렌을 울리면서 “위험하니 즉시 대피하라”는 방송을 쉴새없이 했다.

송 대장 등은 특히 토정공단 내 기업체에서 곤히 잠든 내외국인 근로자 50여명을 깨워 고지대로 피신시켰다. 감전 사고를 막기위해 전기도 차단토록 했다. 심 회장은 깊은 잠에 빠진 한림1구 주민들을 깨우기 위해 3가구의 유리창도 깼다. 그리고 진입로 쪽이 막혀 토정공단 뒤쪽 산길을 따라 빠져나왔다.

한림면 사무소 박창수(朴昌洙) 개발계장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토정공단과 한림면 지역 대부분의 마을이 침수돼 큰 피해를 냈지만 인명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농기계 수리센터를 운영하며 22년째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고 있는 송 대장은 “밤새 뛰어다니느라 한 달 전에 구입한 승용차와 가게에 있던 자재들이 모두 물에 잠긴 것을 10일 오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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