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혐의 기소 벤처창업주 무죄판결 "일간지에 판결문 게재하라"

  • 입력 2002년 8월 2일 23시 48분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조카 등에게 벤처기업을 빼앗겼다며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 혐의로 맞고소당해 불구속 기소된 한 벤처기업 창업주가 법정공방 끝에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이례적으로 판결공시(公示) 명령을 내렸다. 판결공시는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명예회복을 위해 판결문 요지를 법원 예산으로 일간지에 게재하는 것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단독 강민구(姜玟求) 판사는 2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첨단 배터리 제조업체인 M전지 창업주 이모씨(34)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한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은폐한 혐의가 농후하다고 판단돼 이같이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사건의 증인 및 진술인 가운데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개입해 허위 증언 및 진술을 한 모든 사람들에게 반성을 촉구한다”며 “수사기관은 엄정한 재수사를 통해 고소인의 억울한 점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증거로 제시한 녹취록에서 주식양도 체결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고 서명없이 지장만으로 한 계약을 일반 거래관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등 공소사실이 범죄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판결공시 명령을 내렸다.

이씨는 2000년 5월 성남시 분당의 모 룸살롱에서 N씨 등이 술에 약을 타 정신을 잃게 한 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M전지 주식 8만주(8억원어치)의 양도계약서에 강제로 지장을 찍어 회사경영권을 빼앗겼다며 N씨 등을 강도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는 당시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전 전 대통령의 조카인 A씨가 회사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N씨 등과 짜고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주식양도 계약서가 다방에서 작성됐다는 N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같은 해 12월 N씨 등을 무혐의 처리하고 N씨 등으로부터 맞고소당한 이씨를 무고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성남〓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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