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자동차 이야기…체증땐 파란불에도 '스톱'

  • 입력 2002년 8월 2일 21시 22분


며칠 전 퇴근길에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교통체증 때문에 한 교차로에서만 20분이나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도무지 차량 행렬이 움직일 생각을 안해서 사고라도 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는 데 교차로 바로 앞까지 가서야 사고 때문이 아니라 운전자들의 이기심이 체증을 유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했다.

운전자들이 진행신호가 끝나기 전에 교차로를 통과하지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조건 교차로 안에 진입해 다른 편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막고 있었던 것이다.

한 택시 운전사는 교차로를 막고 선 운전자들에게 심한 욕설까지 섞어가며 “어차피 통과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교차로 안에 뛰어든다”고 비난을 했지만 결국 자신도앞 차의 꼬리를 물고 교차로 속으로 들어가 다른 차의 진행을 방해하고 말았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이런 상황에서 교차로로 들어갈지 말지에 대해 갈등을 하다가 다른 운전자의 눈초리가 무서워 포기를 한다.

설사 엄청난 용기를 내서 진행신호에도 진입을 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더라도 혼자서 양심을 지켜봐야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경찰도 한 때 정체시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노면 위에 단속지역을 표시하는 사선을 그리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부산 경찰은 교차로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 선언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뿐 실제로 단속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부터 서로 용기를 내서 교차로가 뒤엉키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모습을 극복하는 것은 어떨까.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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