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곳을 아시나요…부천 ´복사골´

  • 입력 2002년 7월 26일 18시 02분


경기 부천시는 80년대 초까지만해도 ‘복사골’로 더 잘 알려졌다.

복사골은 해마다 봄이면 이 지역의 온 들녘을 붉고 희게 물들이는 복사꽃(복숭아꽃의 준말) 때문에 생긴 별칭.

지난날 부천의 ‘복숭아’(일명 소사복숭아)는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복숭아 중에서도 으뜸으로 쳤다.

1930년대부터 이미 나주 배, 대구 사과와 함께 전국 3대 과일로 유명했고 그윽한 향과 시원한 맛은 안양의 포도, 수원의 딸기와 더불어 ‘경기 3미(味)’로 꼽히기도 했다.

이 지역에 복숭아밭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1903년 인천역장을 지낸 일본인이 처음으로 이 곳에서 복숭아 재배를 시작했다고 하며 1920년대 중반에는 전체 복숭아밭이 40만평을 웃돌 정도였다. ‘소사명산’(素砂名産)이란 이름으로 해마다 1000t 이상이 생산돼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시장을 비롯한 인천 평양 신의주 등으로 팔려 나가기도 했다.

2대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이승근씨(60·소사구 송내1동)는 “1930년대 이후에는 속이 붉고 과육이 단단한 조생종 복숭아가 주를 이뤘으며 멀리 만주에서 까지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사복숭아의 명성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절정기였던 1970년에는 재배면적이 53만여평, 연간 생산량이 2000t에 달했다.

당시 복숭아밭 대부분이 포도밭과 함께 현재의 경인국도와 경인전철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어 주말이면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나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소사복숭아도 개발의 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도시화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복숭아밭은 차츰 주택가나 공장지대로 변해갔고 수확가능한 나무 기준으로 지금은 원미구 역곡1동과 소사구 송내1동에 각각 3000평 8000평 정도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옛 명성을 되살리고자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복사골예술제’. ‘복사골’의 명맥을 잇자는 취지에서 1985년부터 매년 10월에 전국 규모의 축제로 펼쳐지고 있다.

4년전부터는 두 곳의 과수원을 중심으로 ‘복숭아축제’가 1년에 두 차례, 꽃이 피는 4∼5월과 열매가 열리는 7∼8월에 열리고 있다.

특히 1000여 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자라고 있는 송내1동의 과수원(032-320-2322)은 자연학습장 형태로 일반에 개방되고 있다.

이와 함께 3년전부터는 부천시가 복숭아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에 묘목을 무료로 제공, 최근 재배농가 수가 52가구(4만2000평)로 늘었다.

부천시 관계자는 “복숭아 수확이 가능한 내년부터는 이들 농가를 한데 묶어 작목반을 구성할 계획”이라며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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