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노의웅 교수 “어려울 때 받은 도움 그림으로 보답”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12분


사진=정승호기자
사진=정승호기자
“평생 진 빚을 그림으로 갚고 싶어 ‘100원짜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미대 교수가 자신의 작품을 점당 100원씩에 판매하는 이색 전시회를 갖는다.

다음달 15일부터 21일까지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이순(耳順) 그리고 보은(報恩)’이라는 개인전을 여는 호남대 미술학과 노의웅(盧義雄·59) 교수.

1970년대 초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 2차례, 입선 9차례를 하기도 한 그는 97년 일본 최고 권위의 미술잡지인 ‘예술공론사’로부터 공론상을 받았고 5월에는 한중일미술교류협회가 주는 우호미술대상을 받기도 한 중견 화가다.

화단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힌 그가 굳이 ‘100원짜리 전시회’를 열기로 한 것은 그의 인생철학 때문이다.

“이순의 나이가 되면 뒤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청년작가 시절 돈이 없어 전시회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애태울 때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이제 그 은혜에 보답할 때라고 여겼습니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은 유화 60여점. 그의 작품을 시가로 계산하면 2억원이 넘는다.

노 교수는 관람객들이 메모지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박스에 넣으면 전시회 마지막 날 추첨을 해서 작품을 나눠줄 예정이다.

노 교수가 작품을 100원에 판다는 것은 상징적인 이야기일 뿐 사실 작품을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누가 됐든지 그림을 거저 가져가면 그게 신세를 갚는 셈이 아니겠느냐”며 “그것도 평소 가까웠던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면 그 의미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부르니 별짓을 다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가로서 남을 위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낍니다.”

노 교수는 구름, 꽃, 시냇물, 물고기 등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이상적 세계를 표현해 자연과 교감하는 화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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