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사표제출에 홍업씨 구속 인간적 고뇌도 작용가능성

11일 개각 발표 직후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전격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검찰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이 총장의 사표는 김 대통령이 즉각 반려했지만 사표 제출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총수의 사표 제출 자체가 검찰 조직으로서는 작지 않은 의미를 갖는 일이어서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의 사표 제출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이 총장은 자신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대로 이날 마무리된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 기소에 대한 대국민 사과의 의미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해석이다.

전 현직 검찰 고위 간부가 연루된 ‘검찰 게이트’가 아무리 자신의 임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검찰 조직을 대표하는 처지에서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또 이 총장은 이날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 비리 사건 수사에 대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인간적인 고뇌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장이 엄정한 수사를 통해 홍업씨와 홍걸(弘傑)씨 등 대통령의 두 아들을 구속한 뒤 임명권자인 김 대통령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사표 제출로 표현한 것이라는 풀이다.

이와 함께 이 총장은 ‘검찰 게이트’로 검찰 조직이 상처를 입게 된 상황을 언급하며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휘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내부적인 책임도 지겠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이 총장은 이날 사표를 제출한 직후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해 경위를 설명한 뒤 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40분 사표를 반려하는 바람에 계획을 취소하고 이날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 취임식에 참석했다.

한때 이 총장이 사표 반려에도 불구하고 총장직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재신임을 받은 상황에서 사퇴하면 부작용이 더욱 커진다”는 판단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