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대선자금 남기고 정치자금 챙겨 재산 7년새 두배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53분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은 아무런 정치적 직위도 없었지만 아버지를 등에 업고 96년 총선과 97년 대선에서 ‘선거 특수(特需)’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홍업씨는 95년 ‘밝은 세상’이라는 광고회사를 설립한 뒤 96년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 20여명에게서 선거기획과 홍보활동의 대가로 6억원을 받아 3억원을 쓰고 3억원의 이득을 남겼다고 스스로 밝혔다.

또 97년 대선을 전후해 후원금 명목으로 11억원을 받아 대선 기간에 5억원을 쓰고 6억원을 챙겼다.

이 같은 돈이 홍업씨 재산으로 분류된 결과 95년 20억원이던 홍업씨 재산은 97년에 이미 31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들 선거 관련 자금은 홍업씨가 김병호(金秉浩) 전 아태재단 행정실장을 통해 세탁한 16억원과 홍업씨의 고교 동창 김성환(金盛煥)씨를 통해 세탁한 17억원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홍업씨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98년 이후 주로 기업 등에서 31억원을 받아 이 중 17억원을 사용해 14억원의 재산을 추가로 불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홍업씨는 7년 전에 비해 확인된 재산만도 2배 이상 늘어난 45억5000만원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금 10억원과 예금 8억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 S가든 등 부동산 15억5000만원, 아태재단에 빌려준 10억원 등 15억원의 채권 등이며 3억원의 채무가 있다.

검찰은 홍업씨의 재산 가운데 선거와 관련된 정치자금은 거의 현금이고 홍업씨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한 것이어서 홍업씨가 누구에게서 돈을 받았고 어디에 썼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출처를 확인하려면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돼야 하는데 정치자금은 이미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지나 자금의 조성 경위와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진척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치권 등에서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홍업씨가 받은 정치자금이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됐는지와 홍업씨의 재산으로 포함된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홍업씨가 김 대통령 당선 후 대기업에서 받은 돈에 대해서는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31억원 중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된 22억원 이외에 9억원을 어디에서 마련했는지와 17억원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홍업씨가 정치자금과 기업의 돈으로 모은 재산의 규모는 윤곽이 잡혔으나 재산을 모은 경위와 적법성 여부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아 새로운 불씨를 남겼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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