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스승에 배은의 '비수'

  • 입력 2002년 6월 12일 00시 56분


11일 오전 10시, 연세대 광복관 모의법정에서는 사회학과 송복(宋復·65) 교수의 정년 퇴임 고별 강의가 열렸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개설했던 ‘조직 사회학’의 마지막 부분 ‘한국적 리더십의 특질’을 공개 강의 형식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이택휘(李澤徽) 서울교대 총장, 이순자(李淳子) 숙명여대 명예교수, 조말수(趙末守) 전 포스틸 상임고문, 김우식(金雨植) 연세대 총장과 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해 1시간 남짓 송 교수의 강의를 경청했다.

그러나 송 교수가 강의를 마치고 나오자 10여명의 학생이 ‘열심히 닭짓한 당신, 떠나라!’ ‘꼴통 행세하면서 열심히 악령 홍위병 읊어대느라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쳐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들은 ‘연세대 정치경제학 연구회 목하회’ 등의 이름으로 낸 성명서 ‘송복 교수의 퇴임을 경축하며’를 나눠주며 낭독을 하기도 했다.

성명서는 “송복 교수는 한국 사회의 수구 냉전 논리를 대변했다”며 “일관된 냉전논리로 한반도 평화정착의 노력에 초를 치기 바빴다”고 송 교수를 비난했다. 또 “송 교수는 보수주의자라는 이름표를 반납하고 냉전론자 등 자신에 걸맞은 딱지를 새로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과의 한 교수가 말리려고 했으나 이들의 시위는 20여분간 계속됐다.

이에 대해 이순자 명예교수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나쁘다고 치부해버리는 미성숙한 태도”라며 “아름다운 강의였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학교에서 늘 있는 일이고 치지도외(置之度外·내버려두고 상대하지 않음)다. 철없는 학생들이 한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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