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동서남북]동아대의 ‘박물관 건립’ 거짓말

  • 입력 2002년 5월 14일 19시 33분


동아대가 부산 서구 부민동 옛 법조청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약속한 박물관 건립을 무기한 연기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동아대는 부산 서구청과 옛 법조청사의 인수경쟁을 벌이던 지난 해 6월 “법원건물을 박물관으로 조성해 2만6000여점의 각종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라며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박물관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고 천명했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먼저 내걸은 약속에 대해 부산시민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역시 한강이남 최고의 사학다운 면모를 보인다”고 환영했으며 언론들도 동아대가 부지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결국 팽팽히 경쟁을 벌이던 서구청은 명분과 여론에서 밀려 충무초등학교 부지로 옮기겠다고 양보했다.

그러나 동아대는 8일 갑자기 기자회견을 요청해 “예산 문제로 박물관 건립을 무기한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박물관 건립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건립계획 발표 당시 몰랐다는 얘기일까. 3월에는 부지 인수대금 494억원을 현금으로 일시불 지급해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했던 동아대였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동아대가 의지를 갖고 있다면 장기계획으로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태도를 두고 “부동산 투자를 위해 부지를 매입했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여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스스로 ‘한강 이남의 최고 명문 사학’이라고 공언하는 동아대가 그에 걸맞는 처신을 하지 않는다면 위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석동빈기자 사회1부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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