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성미산지키기’ 마을축제 열어요

  • 입력 2002년 5월 8일 17시 17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어린이집'에 모여 콩주머니를 만들고 있는 학부모와 아이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어린이집'에 모여
콩주머니를 만들고 있는 학부모와 아이들
‘성미산을 지키자!’

서울 마포구가 성산1동에 있는 성미산(해발 66m, 면적 3만8000평)에 아파트와 배수지 등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성미산 보전 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 마포구가 성미산을 대지로 형질변경해 정상 부근에 1만평 규모의 배수지를 짓고 남쪽 자락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자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 모임’(약칭 성지연·http://sungmisan.wo.to)을 만들고 반대 운동에 나섰다.

성지연은 지금까지 2만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

성지연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11월 착공될 예정이던 배수지 공사는 월드컵경기 이후로 미뤄지기도 했으나 환경성 검토 결과로는 착공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성미산 일대 주민들은 이 산 보호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 11, 12일 이틀 간 산자락 성서초등학교 운동장 등에서 ‘안녕? 성미산’이라는 제목의 주민단합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또 6·13 지방선거에서 성미산 개발 반대를 공약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전략도 세워놓았다.

▼체육-자연학습장 활용▼

▽마포구 유일의 자연녹지 공간〓성미산은 높이로만 보면 뒷동산 수준에 불과하지만 약 4만평 규모의 숲은 성산동을 비롯해 서교동 망원동 합정동 일대의 ‘허파’ 역할을 하는 마포구 유일의 자연녹지 공간이다.

인근 노인들도 매일 아침 산 정상에서 체조교실을 열고 어린이들은 이 곳을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삼고 있다.

성지연 최은녕(崔銀寧) 간사는 “홍익대 근처 와우산, 서강대 근처 노고산 등 마포구의 작은 산들이 모두 배수지 건설로 망가졌다”며 “유일하게 보전되고 있는 성미산마저 훼손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0여명 참가 행사준비▼

▽‘고사리손’도 행사 준비〓7일 오후 8시반 마포구 성산동 ‘우리어린이집’에는 직장에서 퇴근한 15명의 아줌마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날 모인 아줌마들이 한 일은 이번 행사 때 박 터뜨리기에 사용될 콩주머니 만들기였다. 아이들도 고사리 같은 손을 보탰다.

이번 행사는 성지연과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우리어린이집 등이 주축이 돼 만든 ‘성미산 축제 공동위원회’가 맡고 있다.

특히 행사 내용을 짜고 일감을 나누고 관련 물품을 준비하는 등 모든 과정이 주민들의 노력과 힘으로 이뤄졌다. 준비에 직접 참여하는 인원만 100여명.

손정현씨(34·여)는 “성미산이 없어지면 딸(4)이 나들이갈 곳도 사라진다”며 “절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11,12일 산제-음악회 열어▼

▽단합행사〓행사는 11일 오후 4시반부터 길놀이로 시작된다. 이어 성미산 정상에서의 산제(山祭)와 음악회, 일요일인 12일 오전 11시부터 성미산 한바퀴 마라톤(3㎞), 성서초등학교 운동장에서의 주민장기자랑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 준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김관호씨(36·시아출판사 주간)는 “서명운동을 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등 ‘성미산 지키기 운동’ 과정에서 이웃들이 더욱 친밀해지거나 새로 사귀었다”고 밝혔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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