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피의자들 툭하면 입원…"시간벌기-동정얻기" 분석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16분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주요 피의자들이 검찰 출두에 앞서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관행처럼 돼가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과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와 관련해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은 6일 검찰에 출석하는 대신 병원에 입원했다.

최 시장은 지난 달 10일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뒤 외자유치와 인천시 행사 등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하다가 이날 갑자기 입원했다. 검찰 소환 통보를 두 번이나 받은 김 의원도 스트레스성 질환 등을 이유로 이날 새벽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최 시장 측은 “소환 조사를 받는 날 오전 지병이 악화돼 병원으로 실려갔다”며 소환에 응하지 않을 의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도 “신경쇠약으로 말을 하지 못해 입원한 것이지 소환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주요 피의자들의 검찰 소환 전 입원을 ‘관성화한 코스’로 보고 있다.

주요 피의자가 범죄 혐의를 부인하다가 빠져나갈 길이 없으면 병을 핑계로 삼아 입원하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소환 조사를 받기 직전 입원하면 시간도 벌고 때로는 동정 여론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들의 입원이 사회지도층의 도덕성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권력층 인사들의 도덕성이 낮을수록 권력 주변 인사들의 준법의식은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지난 해 각종 비리와 부정축재 의혹이 제기되자 입원했던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은 그 후 해외로 달아났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에 이어 박준영(朴晙瑩) 전 국정홍보처장도 검찰에 출두하기에 앞서 병원에 입원했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규선(崔圭善) 게이트’에 관련된 김홍걸(金弘傑)씨가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고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해외로 달아난 마당에 권력 주변 인사들의 입원을 탓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최근 주요 피의자 또는 참고인의 입원
이름 및 직위입원일시주요 혐의 또는 의혹입원 정황
최기선 인천시장2002년 5월6일대우자판에서 3억원 수수한 혐의지병인 심혈관 폐색증 악화
김방림 민주당 의원진승현게이트 관련 1억원 수수한 혐의신경성 질환 치료
박준영 전 국정홍보처장2002년 1월 8일 윤태식게이트 관련 편의를 봐준 의혹국정홍보처장 사임후 관절염 악화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2001년 12월 18일진승현게이트 관련 5000만원 수수한 혐의검찰 소환 전 순환기 장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