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호주 올림픽 교통대책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35분


2000년 올림픽 개최지 호주 시드니시(市)를 포함하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州)에서 올림픽 개최 기간 중 교통사고로 숨진 외국인 관광객은 2명이었다. 한 명은 시드니를 벗어나 다른 지역을 관광하던 외국인 운전자였고 또 다른 한 명은 심야에 시드니 도심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였다.

호주에서는 차량들이 좌측으로 통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주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은 이 같은 교통체계에 빨리 적응하지 못해 교통사고를 당하곤 한다.

그러나 올림픽을 맞아 호주 연방정부의 교통안전청(ATSB)이 추진한 외국인 안전대책이 실효(實效)를 거두며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호주 정부당국의 안전대책은 타국과 다른 자국의 교통체계와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이해시키고 사고 발생시 외국인도 차질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응급구조체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같은 대책은 자국민의 교통사고 사망보다 외국인 관광객의 사고비율이 2배 이상 높은데다 올림픽 기간 중의 사고가 2000년 사망사고의 1.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외국인 안전프로그램이 절실했기 때문에 마련된 것 (그래프 참조).

뉴사우스웨일스주정부의 교통안전청(RTA)과 ATSB는 공동으로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도로 안전’이란 제목의 홍보물을 제작했다.

이 홍보물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가 함께 표기되어 상당수의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됐으며 올림픽 개최 4개월 전부터 공항과 호텔 여행사 버스터미널 등 도시 주요지점에 배포되었다.

차량이 좌측통행하며 따라서 보행자는 도로횡단시 반드시 오른쪽을 주시해야 한다는 점을 그림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또 시드니 도심의 횡단보도에는 ‘LOOK RIGHT FIRST(오른쪽을 먼저 보시오)’라는 글이 흰색으로 또렷이 쓰여 있다.

외국인이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올림픽 개최 이전에 자국민에게도 충분히 숙지시켜 대회기간 중 외국인의 사고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홍보물은 일반운전면허자의 음주단속기준은 혈중알코올 농도 0.05%이상이지만 예비·임시면허자의 경우 알코올이 조금도 검출되면 안 된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또 도로가 대륙을 따라 끝없이 뻗어 있으므로 장거리 피로 운전을 예방해야 한다는 문구도 빠뜨리지 않았다.

RTA 도로안전전략팀장 나디아 프레처는 “매년 많은 외국인이 사고를 당했으나 국내 교통체계에 대한 집중적인 홍보 덕분에 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안전의 또 다른 고려는 응급구조시 언어소통 장애에 따라 치료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한 응급구조센터의 통역팀. 시드니 시내 6곳의 응급구조전담센터에는 사고를 당한 외국인을 위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등 통역사를 미리 확보해 치료 도중 언제라도 연결할 수 있는 비상망을 가동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23년째 1급 응급구조사로 일하는 알렌 러브는 “응급처치 도중 특이체질 등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외국어 통역을 미리 확보, 올림픽 관광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드니를 동행 취재한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임평남 소장(54)은 “현지의 교통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의 경우 자국민보다 사고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월드컵을 맞아 국내에도 적용해볼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시드니(호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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