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진승현게이트 짜맞추기" 분통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06분


“진승현(陳承鉉)이가 노래 부르고, 김은성(金銀星)이 장단 맞추고, 검찰이 춤을 추고 있다.”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에 대해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3일 동교동계 의원들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진승현씨와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허위진술에 검찰이 속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이번 사건을 보는 동교동계 의원들의 시각은 현재 세갈래다. 진씨가 자신의 구명을 위해 허위진술을 했을 것이라는 ‘진승현 음모설’, 김 전 차장이 병보석으로 자신을 풀어주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정치권 전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을 것이라는 ‘김은성 경고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아들들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 일부 세력이 권 전 최고위원의 구속을 사주했을 것이라는 ‘권력핵심 음모설’ 등이 그것이다.

어떤 경우든 동교동계 의원들은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며 일전불사(一戰不辭)의 결의를 다지는 분위기다.

권 전 최고위원의 측근인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검찰이 권 전 최고위원에게 5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던 최택곤(崔澤坤)씨를 데려왔다가 최씨가 횡설수설하자 대질신문도 못하고 급하게 다시 되돌려보냈다”며 사건 관련자들의 허위진술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직책상 김은성이가 권 전 최고위원에게 금감원 로비를 부탁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권 전 최고위원이 거꾸로 김 전 차장에게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다면 모를까…”라며 사건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원성이 쏟아졌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권 전 최고위원이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왜들 말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권 전 최고위원이 구속될 경우 가뜩이나 위축된 동교동계가 절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권 전 최고위원이라는 구심점이 없이는 지방선거와 대선 정국에서 동교동계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권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면 자숙기간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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