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인천공항 개항1년](下)"최고 시설" 걸맞는 운영 절실

  • 입력 2002년 3월 31일 18시 14분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 운영면에서는 미흡.’

지난해 3월29일 개항한 인천국제공항에 대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내린 ‘종합성적표’다.

IATA가 세계 29개 국제공항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해 4·4분기 평가에서 인천공항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에 이어 종합 4위를 차지했다.

▼글 싣는 순서▼

- (上)외국공항서 본받을 점
- (中)배후 유휴지개발 어디로

인천공항은 특히 탑승지역의 편안함(1위), 화장실(2위), 쇼핑시설의 만족도(3위), 식당시설(5위) 등 시설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직원의 효율성(24위), 보안검색(18위), 체크인 대기시간(17위), 세관검사(15위) 등 승객의 탑승 수속과 보안검색 등 공항 운영 측면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다.

또 항공편 안내시설(19위), 공항까지의 육상교통 연결성(25위) 등도 낮은 평가를 받아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1일 “올해 안에 현재 49개사인 취항 항공사를 52개사로 늘리는 등 ‘세계 10대 공항’ 내에 진입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공항으로 발돋움하고 동북아 허브(중심) 공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은 편이다.

▽불안한 보안검색〓개항 초기 최신 장비와 시설을 갖춰 철통같다고 홍보한 보안검색체계에 허점이 적지 않아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9·11 미국 테러사태로 특별경계 중인 지난해 9월 한 베트남인(22)이 활주로를 빠져나가 울타리를 넘어 공항 밖으로 나가려다 붙잡히기도 했다.

또 최근 한달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단체관광객 4000명 중 144명이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배후 지원시설〓개항 1년이 지났지만 공항 주변에서 내외국인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호텔이나 각종 상업시설은 1곳도 없다. 호텔 1곳(대한항공 호텔·534실)과 업무시설 2개동의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완공 때까지는 최소한 1, 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특히 여객터미널 옆 국제업무단지에 유치할 계획이던 민자 호텔 2개동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현재 착공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또 상주기관 직원을 위한 주택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공항 유휴지 옆에 공항신도시(66만평·6200여가구)가 조성되고 있지만 수만명에 이르는 공항 상주기관 직원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건설교통부가 최근 공항 인근(인천 중구 운서동) 74만7000평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해 주택 1만1800가구를 건립할 계획이지만 실제 입주는 2007년 말에나 가능하다.

▽시급한 2단계 확장 공사〓인천공항은 벌써 포화상태다. 당초 예측한 것보다 많은 항공 수요가 발생해 비행기를 탑승교에 대지 못하고 계류장에서 승격을 내려 버스를 타고 여객터미널로 들어오게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는 올 하반기 중 2단계 확장사업에 착수해 2008년 말까지 4000m급 활주로 1개와 36만5000평 규모의 계류장, 4만8000평 규모의 여객 탑승동 1개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은 여객처리능력이 세계 13위에서 10위, 화물처리능력은 6위에서 3위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의 확보가 문제. 총 사업비 4조7032억원 중 국고 지원 비율이 1단계 사업과 마찬가지로 40%에 불과해 공항공사가 2조6000억원을 직접 차입해 조달해야 하기 때문.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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