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포천 주민 한탄강댐 건설 찬반 갈등

  • 입력 2002년 3월 25일 18시 31분


“정작 댐은 아직 생기지도 않았는데 주민들의 마음은 이미 갈가리 찢어졌습니다.”

아직 착공도 되지 않은 ‘한탄강 댐’이 경기 연천과 포천 지역 4개 수몰예정지의 민심을 갈라놓고 있다.

1999년 댐 건설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다는 댐 건설 반대 주민들과 보상비를 많이 받아내야 한다는 주민들로 나뉘어 갈등이 시작됐다.

이 같은 갈등은 갈수록 심화돼 지난해부터는 견해가 다른 주민들의 관혼상제에도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또 지난해 가을 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주민대책위원회가 생긴 데 이어 올 초에는 이 대책위 입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별도로 ‘제1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친목단체인 부녀회조차 양분돼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

▽서먹한 이웃〓25일 오전 댐이 들어설 자리인 연천군 연천읍 고문2리. 이 마을에 사는 최영도씨(67)는 “1960년경에야 마을이 서서히 조성됐고 그때는 논밭도 없어 모두 어렵게 살며 한가족 같았는데. 생기지도 않은 댐 때문에 이제 얼굴도 안보고 살다니…”라며 허탈해했다.

주민 장광학씨(56)는 “댐은 짓지도 않았는데 주민들만 갈라져버렸다”며 “이러다가 동감댐처럼 건설계획이 백지화되고 주민들간에 깊은 갈등만 남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몰예정지인 포천군 관인면 삼율리 일대에도 ‘한탄강 댐 결사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다. 이 일대 농경지는 댐이 들어서면 대부분 수몰된다.

이 일대에서는 예전엔 어려운 이웃에게 논밭을 임대해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수몰됐을 경우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이 받을 수 있는 ‘실농(失農) 보상비’를 챙겨야 한다며 논밭을 절대 이웃에게 임대해주지 않고 있다.

▽상반된 입장〓오랜 기간 거주하며 농토를 소유한 농민들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가 부채도 상당해 보상비를 받아 이주해도 지금 같은 기반을 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들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한탄강 일대가 현무암층으로 돼 있어 대규모 댐이 들어설 경우 지반이 무너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찬성하는 주민들은 “지금 같은 생활 수준이라면 제대로 보상을 받아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거주기간이 짧거나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주민들은 대체로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굳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탄강댐 건설 계획〓96년 이후 거의 매년 한탄강 일대에서 침수피해가 발생하자 연천댐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2000년 4월 완전 철거됐다. 하지만 곧바로 홍수 통제를 위한 댐 건설 필요성이 제기돼 한탄강댐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3억1100만t 담수 규모로 연천 포천 일대 수몰지역은 20㎢에 이르며 300여가구가 이주를 해야 한다. 주민공청회가 무산될 정도로 심한 반대 여론에 부닥쳐 아직 보상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실시설계 사업자 선정작업이 진행중이다.

당초 올해 안에 착공해 2009년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연내 착공 여부가 불투명한 편이다.

연천·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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